"사내도급은 무조건 불법인가요?"…오해와 진실은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6.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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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민간기업 인국공이 몰려온다, 정규직화에 떠는 기업들⑤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노노갈등과 비정규직-취업준비생 갈등 등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건 약과다. 현대위아를 시작으로 현대·기아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겪고 있는 비정규직 직고용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하청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을 원청업체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이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 사회는 전무후무한 정규직 고용 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인국공 사태를 압도하는 민간기업 직고용 소송의 실태를 점검해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내 하도급의 적법성 여부가 관심을 받는다. 도급 방식은 회사의 고용유연성과 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모호해진 법 해석의 경계와 대중적 오해로 무조건 '불법'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도급과 파견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원청업체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여부다. 도급계약을 맺었는데도 원청업체가 협력(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 업무 지시가 있다면 '불법파견'이 인정된다. 이 경우 원청업체는 해당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기업들이 도급을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유연성이다. 도급은 경직적인 국내 노동법상 경기변동 등 상황에 인력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강성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배치 전환 시 단체협약을 거쳐야 하는 만큼 사실상 생산라인 간 인력이동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로 인해 2008년 12월 생산중단 후 배치 전환까지 1년 1개월이 걸렸다. 도급 활용이 없이는 막대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사내도급은 무조건 불법인가요?"…오해와 진실은


도급은 또한 기업들 입장에서 해외 대비 생산성이 낮은 국내 공장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순기능도 있다. 고용창출 뿐 아니라 기술 및 정보의 해외 유출을 막는 방어막 역할도 한다. 경영 악회시 원청회사 정규직의 일자리를 유지해주는 '고용안전핀' 역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도급이 "불법 행위"라는 인식이 큰 이유는 그만큼 처우가 열악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계청 및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대기업의 47% 수준인 데 비해 도급 근로자의 임금은 70~80% 수준으로 이보다 더 높다.

최근 들어 도급과 불법파견을 구분하는 법적 판단이 모호해지고 있는 점도 도급에 대한 오해를 키우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2월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2차 도급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동차 생산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물류나 탁송, 부품포장 등 간접업무 근로자들이라는 점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된다. 업무의 범위를 실제보다 훨씬 넓게 해석한 것이다.


업계는 이로 인해 고용유연성 뿐 아니라 실질적인 신규채용 여력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사내하도급 근로자 특별고용 협약'에 따라 지난해까지 총 8260명의 하도급 근로자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올해도 450명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하도급을 정규직 전환하는 만큼 해당 부문 신규 채용은 사실상 없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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