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1년, 강대강 韓日…돌파구는 없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0.07.01 06:16
글자크기

[the300][수출규제 1년]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가 발표 1년을 맞았으나 한일 간 평행선이 여전하다. 오히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사법절차가 진전되면서 일본 측이 '2차 보복'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출규제 문제만 따로 떼어 해결되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일 갈등의 기점인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배상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수출규제 무응답, 움직이지 않는 日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1일 반도체 핵심소재의 대(對)한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한 배경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있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 발표 다음 날 "수출관리제도는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한국이 (징용 판결 문제로) 양국 간 우호 협력관계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뢰를 통한 수출관리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 이후 일본 경제산업성 등이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라 주장했지만 일본 내부적으로 오락가락하며 ‘보복’임을 자인한 뒤였다.

지난해 말께엔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듯한 분위기도 조성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을 결정하며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3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15개월만의 한일정상회담 직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7월1일 이전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대화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 기대가 조심스럽게 생겨났다.

그러나 당시 한일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방점’이 달랐던 건 이후 이어질 평행선을 예고했다. 당시 두 정상은 갈등 핵심 현안인 일본의 수출규제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속한 수출규제 철회에, 아베 총리는 한국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 제시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 후 전선을 수출규제와 강제징용문제로 분리해 수출규제를 우선 되돌리려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문제는 한일간 전제가 워낙 달라 평행선을 좁히기가 어려운만큼 수출규제 문제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뒤 강제징용문제를 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후 일본이 보인 태도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수출규제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12일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측에 5월 내로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일본 측이 규제 이유로 주장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 수출관리 조직‧인력 불충분 등 3가지 사유를 모두 해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시한 내 답을 주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명시적으론 얘기하지 않지만 대법원 판결 문제에서 진전이 생겨야 수출규제를 풀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찾아 내야 일본 정부도 수출규제를 풀겠다는 게 일본의 입장과 가깝단 얘기다.

문희상안 발의 당시 여론조사  문희상안 발의 당시 여론조사
수출규제 진전 없는데 다가오는 현금화 시점
일본이 수출규제를 되돌리지 않은 가운데 더 본격적인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이르면 올해 말께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압류가 집행될 수 있어서다.

지난 6월 1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사인 PNR 지분에 대해 8월4일0시를 기한으로 '압류명령 결정 공시송달'을 했다.

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자 원고 측이 자산압류를 요청한데 따른 절차다.

8월4일 0시가 지나면 일본제철이 이 명령을 전달받은 것으로 간주해 그 이후의 절차가 진행된다. 물론 이후에도 법적 절차가 남아 있어 바로 현금화가 집행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공시송달 날짜가 처음으로 확정되며, 한일간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현금화 시점이 구체화됐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적으로 강제동원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동력도 줄었다. 지난해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은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법으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이른바 ‘문희상안’을 발의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금(1+1)과 양국민의 자발적 성금(α)을 더해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세워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구상이다.

'문희상안'은 한일 정부 모두에 외교적 명분을 만들어주며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됐다. 한국 정부는 '사법절차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성금이 '자발적'이기 때문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배상책임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측 주장을 유지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문희상 안'은 국내 부정적 여론 속 폐기됐다. 지난 6월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문희상안과 유사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문희상 안' 발의 당시와 비교해 관심을 받지 못했다.

'문희상안'이 야당 의원들의 공동발의로 만들어진 초당적 법안이었던과 비교해 '윤상현 안'은 모두 미래통합당 의원들만 이름을 올렸다.

한일관계에서 정부가 들고 있는 지소미아 종료 카드도 다시 꺼내기가 쉽지 않다. 현재 정부는 지소미아아가 '종료통보 효력의 정지상태'에 있다고 지칭한다.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다시 종료 통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한미일 삼각관계와 연관된만큼 한일관계 이 외의 외교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