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초소형 아파트 11억…거래허가제 이후 집값 오른 곳들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0.07.0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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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초소형 아파트 11억…거래허가제 이후 집값 오른 곳들


강남·송파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바쁘다. 가까스로 규제를 피한 인근 단지와 초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신고가 거래도 나오고 있다. 대형 개발 호재가 예정된 만큼 풍선효과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잠실파크리오· 도곡렉슬 신고가
30일 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전용 144㎡는 지난 26일 2건 거래됐다. 거래가격은 각각 22억4000만원(30층), 22억8000만원(23층)이다.

22억8000만원은 동일면적 기준 역대 최고가다. 이 면적은 작년 10월 22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쓴 이후 최근까지 19억~21억원대에 거래됐다.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은 길 건너편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다.



정부는 지난 17일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총 14.4㎢)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규제지역에서 대지지분 면적 18㎡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2년 간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전세를 낀 갭투자가 원천 봉쇄된 셈이다.

규제는 지난 23일부터 발효됐다. 지난 22일까지는 갭투자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신고가 거래가 잇따랐다. 거래허가제가 시행된 23일부터는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인근 지역 아파트들이 대체투자처로 떠올랐다.

신고가를 쓴 '잠실 파크리오'는 행정동 상 잠실동이지만 법정동으로는 신천동이어서 규제지역을 벗어났다. 잠실 S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 대장주인 엘스·리센츠·트리지움 거래가 어려워지니 근처에 있으면서 연식도 비슷한 파크리오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며 "전용 144㎡의 경우, 이번주 들어 호가가 5000만~1억5000만원 씩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치동과 맞닿은 도곡동에서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곡렉슬' 전용 114㎡는 지난 26일 31억원(21층)에 손바뀜 했다. 이 면적 실거래가가 3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최고가는 작년 12월 거래된 29억5000만원(21층)이었다. 이 단지는 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대치아이파크' '대치동부센트레빌' 등과 선릉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초소형 아파트 평당 1억원 육박
뜻밖에 수혜를 얻은 곳은 또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지만 대지지분 면적이 18㎡를 넘지 않아 규제를 피한 초소형 주택형이다.

대지지분 면적이 13㎡인 잠실 리센츠 전용 27㎡은 지난 24일 11억1000만원(5층)에 거래됐다. 3.3 ㎡ 당 925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지지분 면적이 14㎡인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26㎡은 지난 10일 10억2000만원(13층)에 거래됐으나 현재 전세 낀 저층 매물이 11억원에 나와있다.

리센츠 상가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초소형 면적은 이전까지 전세 낀 매물 위주로 계약이 됐는데 최근에는 월세 낀 매물도 거래가 많이 됐다"며 "규제 이후 인기가 더 뜨거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로 경매 시장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경매로 낙찰 받는 경우에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규제를 적용 받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경매에 나온 잠실 리센츠 전용 124㎡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어 유찰됐지만 권리분석 상 하자가 없는 물건이 나온다면 투자자들이 몰려 매각가율이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거래허가제로 반사이익을 받는 개포동, 도곡동 일대 아파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 시장 등에서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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