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기업 엑소더스?…동양의 진주는 평범한 中도시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6.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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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이 결국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 시키자 미국이 홍콩에 부여하던 특별지위를 일부 박탈하기로 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홍콩은 존립 기반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평범한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수출 허가 예외조치 등 상무부의 홍콩 특혜 규정을 중단하며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홍콩에 미국산 군사장비를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더이상 홍콩에 자치권이 보장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NYT는 미국의 보복조치가 일단은 미국과 홍콩간 무역 거래의 작은 부분을 타깃으로 하는 제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해 미국이 홍콩에 수출한 군사 및 첨단기술 관련 물자 규모는 140만달러 수준에 불과해 당장 타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홍콩에 기반을 두고 반도체 등 사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에겐 보다 넓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IT분야의 70%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홍콩의 IT 발전이 어두운 터널로 진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미 행정부 관료는 FT에 “홍콩으로 카메라, 감시장비, 반도체 등의 수출이 금지된다”면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 탄압 등을 고려하면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조치이며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이 자국민들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달 예고한 대로 홍콩특별지위를 전면 박탈할 경우 미국 기업의 엑소더스 등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홍콩이 평범한 중국의 한 도시로 변모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미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홍콩인권민주주의법(홍콩인권법)'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매년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고 있는지 판단해 의회에 보고를 하고 특별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한다.

결국 이날 로스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홍콩의 경제적 특별지위를 완전히 박탈하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홍콩에서 미국으로의 무비자 입국, 관세 면제 혜택 등이 사라진다. 홍콩과 미국이 서로 별도의 관세구역으로 인정해 무역 혜택을 부여했는데, 이를 이용해 글로벌 기업들은 홍콩을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도 했다. 전면 박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3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존슨앤존슨 등 홍콩에 본부를 둔 미국 기업 300여곳 가량이 탈출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홍콩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 총 1540여개사의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보안법 통과에 관여한 중국 정부 고위 관료를 비롯해 이들과 거래한 금융기관 등에도 제재를 가할 것도 예고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까지 현실화할 경우 홍콩의 금융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ING그룹은 “홍콩에서 미국 기업이 떠난 자리를 상당수 중국 본토 기업들이 대신할 것”이라면서 홍콩의 중국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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