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3000억 BW, 청약 시장 흥행세 이어갈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6.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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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3000억 BW, 청약 시장 흥행세 이어갈까


한진칼 (60,100원 ▲700 +1.18%)이 이날부터 3000억원 규모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 청약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으로 신주인수권 가격 급등이 기대되는데다 최근 청약 시장이 흥행세가 이어지며 이번 BW 청약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60,100원 ▲700 +1.18%)은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30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 공모발행 청약을 진행한다. 대표주관회사는 유진투자증권이다.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연 2.0%, 만기이자율은 3.75%다. 만기일은 2023년 7월 3일이다. 신주행사가액은 8만2500원으로, 이날 종가(8만200원)보다 2.87% 높다.

이번 BW 발행 배경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로 인한 재원 마련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조1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 17일 기준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은 29.62%로,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선 34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진칼의 현금성자산은 1241억원에 불과하다.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진칼처럼 시가총액 4조원이 넘는 대형주가 BW 공모발행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보통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기엔 조원태 한진칼 회장 등 대주주 일가 지분율이 3자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에 못 미치는데다, 회사채를 발행하기에는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BBB) 메자닌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1일 한진칼 BW의 신용등급을 BBB로 부여하고, 와치리스트(하향검토)를 연장하며 "항공기, 물류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로 계열사의 재무부담이 높다"며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로 차입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보다 자금조달 비용이 적다는 점도 있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29일 기준 무보증 3년만기 공모 회사채 금리는 6.116%로, 이번 BW 만기이자율(3.75%)보다 2%가량 높다.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진칼 BW 발행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선 한진칼의 신주인수권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16일 상장되는 신주인수권의 가치는 이론가격보다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원태 회장 측이나 3자연합에서 신주인수권을 많이 확보할수록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수요가 상당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론가격은 1만5751원이다.

현재 3자연합의 지분율은 45.23%, 조원태 회장 측 지분율은 41% 내외로 추정된다. BW 발행으로 늘어나는 지분은 최대 5.3%(현재 발행주식 수 대비)로, 양측의 신주인수권 매입에 따라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주가 하락 시 최대 70%까지 조정되는 리픽싱(행사 가액 조정) 조건 등도 투자자에 유리하다.

최근 청약시장의 흥행 여파에 따른 영향도 있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는 무려 3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고, 현대로템 CB(전환사채) 일반청약에는 1655억원 모집에 7조8986억원이 모였다. 김동선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PB(프라이빗뱅커)는 "BBB등급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가 공모로 발행되는 일은 몇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일"이라며 "여타 BW 발행 기업에 비교해 신용등급도 높고, 워낙 큰 회사다 보니 기관투자자나 운용사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김 PB는 "BW 시장은 공모주보다 청약한도가 높고, 수익구조도 어려워 일반 개인들보다 고액자산가들이 많다"며 "이번 청약에는 웬만한 기관들도 참여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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