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별수있어?"..文 '이순신·소부장'카드로 버텼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20.07.0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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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수출규제 1년]경제극일 성과 vs 한일관계 난항

【김포=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 부품·소재기업인 (주)에스비비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직원격려를 위해 청와대에서 다과를 준비했다. 2019.08.07.    pak7130@newsis.com【김포=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 부품·소재기업인 (주)에스비비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직원격려를 위해 청와대에서 다과를 준비했다. 2019.08.07. [email protected]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경제보복이 1년이 됐다. 일본은 지난해 7월4일부터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가지 반도체공정 필수품목을 자국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걸 막았다. 이 조치가 발표돼 한일관계와 산업계를 뒤흔든 7월1일부터 꼭 1년이다.

◇다시본 1년.."충무공 열두척"·지소미아 종료 맞불
일본의 발표 직후만 해도 청와대 안팎에 위기감이 컸다. 일본의존도가 높은 분야만 골라 "경제의 급소를 찔렸다"는 반응도 나왔다.



7월12일, 문 대통령은 전남 무안 전남도청에서 열린 전남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 비전선포식에 참석했다. 이날 "전남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서린 곳"이라며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8월,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일종의 우방국)에서 제외하는 데까지 나갔다. 정부는 '정신승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대책으로 맞섰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이른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경제극일이다.



동시에 국민이 단합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주식, 펀드 경험이 일체 없다"는 문 대통령이 생애 첫 펀드에도 가입했다. 8월26일,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넣었다. 소재부품장비 등 제조업 국산화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운용보수를 낮춰 '애국펀드'로 불렸다.

외교적 맞대응과 협상노력도 병행했다. 청와대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8월22일 한일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 11월4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차 태국 방콕을 방문,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예정에 없던 '소파 환담'을 이끌었다.

정부는 11월22일, 대화를 전제로 지소미아 조건부연장을 결정했다. 12월24일 중국 청두에서 한일 정상의 양자 정상회담이 열렸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대해 브리핑을 한 후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2019.11.22.   since1999@newsis.com[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에 대해 브리핑을 한 후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코로나 충격, '극일'은 위기극복 선례
지난 1년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전화위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화의에서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맞지 않았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일본의 보복은 정치적으론 오히려 호재였다. 리얼미터 주중 동향 기준, 지난해 7월 첫주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에 긍정적 응답은 51.3%였다. 일본의 보복조치 후 둘째주 47.8%로 내렸다. 그러나 넷째주 54.0%로 반등했다. 한국갤럽의 8월 6~8일 조사에선 日경제보복 정부 대응 잘한다는 응답 비율이 54%를 보였다.

올해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이 경험은 다시 부각됐다. △대통령은 대책의 '속도'와 '체감'을 강조 △민관 합동 대응 △국민적 동참 등은 어떤 위기든 적용할 수 있는 극복 메뉴얼 격이다.

청와대는 다음 스텝을 준비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과 경제환경 변화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9일 "지난 1년의 성과에 머물 형편이 못 된다"며 "전 세계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이기주의가 강화되고 있으며, 국제분업 체계가 균열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와 비교할 수 없는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위기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정부의 계획을 국민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청두(중국)=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dahora83@newsis.com[청두(중국)=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12.24. [email protected]
◇'일본의 훼방' 드러나..G7·WTO도 쟁점
남은 숙제는 한일관계다.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살아있다고 판결한 걸 경제보복의 빌미로 삼았다. 이 상황은 그대로다.

최근에도 한국의 국력신장에 따른 G7 체제의 확대재편,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도전에 일본이 번번이 반대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몰염치하다"고 일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에 새로운 관점도 제시됐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에 따라 국내에서조차 유독 일본에게 세게 맞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의외의 결과를 냈다. 이 책은 비록 과장·왜곡된 내용이지만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어떻게 한국의 경제, 외교적 노력을 방해했는지 드러냈다.

【팜비치=AP/뉴시스】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018년 4월18일 플로리다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9.11.12.【팜비치=AP/뉴시스】존 볼턴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018년 4월18일 플로리다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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