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역전쟁 1년, 불화수소 수입 얼마나 줄었을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6.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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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무역전쟁 1년, 불화수소 수입 얼마나 줄었을까


일본 수출규제 1년, 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의존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기초유분이나 반도체 장비 등은 여전히 의존도가 높아 이를 중심으로 추가 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전년 대비 각각 33%p, 6%p 감소했다. 수입처도 벨기에와 대만 등으로 다변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작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다. 이들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줄어든 것은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 덕분이다.



불화수소의 경우 수출규제 기간 동안 대만산과 중국산 수입비중이 각각 17.8%p, 12.8%p 증가해 일본산 수입 감소분을 대체했다. 또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한 국산 불화수소 활용이 확대된 것도 대일 의존도를 낮췄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시제 품 개발에 성공한 이후 올해 6월부터 초고순도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 솔브레인은 지난 1월 액체 초고순도 불화수소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해 국내수요의 70~80%를 대응할 수 있게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중 디스플레이 생산용 액체 불화수소를 전부 국산제품으로 대체 투입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 우회수입을 통해 대체 물량을 확보했다. 수출규제 기간 동안 벨기에 수입비중은 6.4%p 증가했다. 포토레지스트 국산화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특허를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전자소재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연간 5만갤런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해 4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EUV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미국 인프리아에 3300만 달러를 출자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수출규제 전후로 대일 의존도가 90% 이상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수출규제 이전부터 국산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수입 차질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비민감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규정한 비민감 전략물자는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기초 소재에 집중돼 있다.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대부분 80~90%에 달한다.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이 지난해 법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수출심사를 크게 강화한 품목이다. 백색국가는 첨단 기술과 전자 부품 등을 수출할 때 허가신청이나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 주는 국가다.

현재 일본 비민감 전략물자는 개별 허가나 자율준수(ICP)기업을 활용해 특별 포괄허가로만 제한적으로 반출이 가능하다. 수출규제 전까지 일반 포괄허가로 쉽고 빠르게 반출입이 이루어졌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제도적으로 문턱이 높다.

무역협회는 대일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규제에 취약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민감 전략물자 중 일본으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수입하고 대일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 100개를 HS코드를 기준으로 선별한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소재류 품목 등 상위 3개 품목군에 56.7%가 집중됐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기초유분의 경우 일본 의존도는 94.8%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86.8%), 플라스틱 제품(83.3%), 사진영화용 재료(89.7%) 등도 대일 의존도가 높았다.

무역협회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지난 1년 동안 직접적으로 수출규제를 받은 품목들도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이 추가 수출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우리 기업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실상 일본이 노렸던 국내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등에 반발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지난 1년의 경험을 살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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