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승계작업 개시…한진칼 평행이론?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6.29 17:30
글자크기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기공식에 참석한 조현범 사장/사진=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기공식에 참석한 조현범 사장/사진=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한국테크놀로지그룹 (14,910원 ▼860 -5.45%))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 개시됐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지분을 둘째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8,800원 ▼2,100 -3.45%) 사장에게 전격 매각했다.

조현범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적인 상황이지만 변수가 있다. 장남인 조현식 지주사 부회장이 상당 지분을 들고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의 누나인 조희원씨가 장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잠재적 경영권 다툼 구도가 한진그룹 '남매의 난'과 닮았다. 국민연금도 거기서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다면 7.7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이어 한국타이어도 경영권 분쟁 파도의 목전에 서는 분위기다.

차남 점찍은 조양래...장녀-장남 손잡나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앞줄 좌측)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앞줄 우측)에게 십자공로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장면 / 사진제공=없음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앞줄 좌측)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앞줄 우측)에게 십자공로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장면 / 사진제공=없음


타이어업계와 법조계에는 수개월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 조양래 회장의 장녀 조희원 씨가 로펌을 고용하고 경영권 분쟁 대비에 나섰다는 거다. 부친인 조양래 회장의 의중이 차남 조현범 사장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조희원씨는 장남 조현식 부회장 편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은 조양래-조현범 부자가 앞선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본인의 지주사 지분 23.59% 전량을 조 사장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42.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원씨(10.82%)의 지분을 합치면 30.14%다. 조현범 사장 지분에는 일단 미치지 못한다. 우선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필 수준은 된다. 장남·장녀 연합이 상당 기간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왔다면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후계자 낙점이 유력한 조현범 사장의 상황은 복잡하다. 조 사장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원 가량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도 정기적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다.

조현범 사장의 상황은 7.7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진에 대해 이사 해임을 제안하는 규정을 지난해 마련하는 등 범죄사실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갖고 있다.

불씨 여전한 한진칼 '남매의 난' 닮았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9월 임시주총 설이 제기되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도 여전히 뜨겁게 불붙고 있다. 조양호 선대 회장이 갑작스레 작고하면서 장남 조원태 회장과 누나이자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 부사장이 맞붙었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 조현민 한진칼 (55,700원 ▼1,700 -2.96%) 전무가 조원태 회장 편에 섰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손을 잡으면서 박빙의 지분 싸움을 이어갔다.

지난 3월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힘겹게 경영권을 지켰다.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게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한국타이어 경영권분쟁이 발생할 경우 비슷한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코로나19(COVID-19)로 전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보다는 화합의 경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한진그룹 핵심인 대한항공은 1분기 69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코로나로 인한 항공수요 급감이 직격타가 됐다. 한국타이어 역시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24.6% 줄어든 1058억원에 그치며 적자전환에 다가서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 간 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게 기업들의 선례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역시 대화와 화합으로 승계를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