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고용' 소송 줄대기..‘묻지마 정규직’ 논란, 전 사회로 번진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우경희 기자 2020.06.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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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민간기업 인국공이 몰려온다, 정규직화에 떠는 기업들②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노노갈등과 비정규직-취업준비생 갈등 등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건 약과다. 현대위아를 시작으로 현대·기아차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이 겪고 있는 비정규직 직고용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들 기업의 하청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을 원청업체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이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 손을 들어준다면 우리 사회는 전무후무한 정규직 고용 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인국공 사태를 압도하는 민간기업 직고용 소송의 실태를 점검해본다.

'직고용' 소송 줄대기..‘묻지마 정규직’ 논란, 전 사회로 번진다


현대위아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은 대법원 판결이 비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확정될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기업들에게 날벼락이 될 전망이다. 올 2분기 실적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직접 고용이 이뤄진다면 기존 직원들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27,750원 ▲350 +1.28%)에 식당 운영과 통근버스 운전 인력을 공급하는 웰리브가 바로 이런 사례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웰리브가 자회사인 웰리브수송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업황 악화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웰리브 입장에선 이런 고용은 큰 부담이 됐다. 웰리브는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을 승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노조가 "비정규직화를 위한 꼼수"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고용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많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 파견 논란이 불거진 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2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회사로 고용 승계를 해주는 돌파구를 만들었다.



지속되는 경영난에 한국 철수까지 검토했던 한국GM도 직고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 하청 노동자 82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청인 한국GM의 고용 방식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도 한국GM 창원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774명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해 직고용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며, 직고용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군산공장을 철수하면서 30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는데 잇따른 소송 판결로 공장 하나를 돌릴 수 있는 인력인 20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을 직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직고용이 한국GM 경영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관련 소송만 15건에 이른다"며 "정부 방침대로 도급직 운영을 해왔는데 법원은 이 또한 불법이라고 판결하면 누굴 믿고 기업을 하느냐"고 밝혔다.


이 뿐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31,900원 ▲100 +0.31%), 현대위아 (57,000원 ▲100 +0.18%)현대차 (233,000원 ▼4,000 -1.69%)그룹 주요 계열사는 물론 포스코 (422,000원 ▲1,000 +0.24%)현대중공업 (118,200원 ▼2,000 -1.66%), 금호타이어 (5,850원 ▼120 -2.01%) 등도 줄줄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이 대기 중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직고용의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새로운 소송전도 계속 예고된다. 불법 파견 문제를 제기하는 업종·업무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불법 파견이 인정됐던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서비스업무와 지원업무를 하는 협력업체 근로자까지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수 있어 산업계 전반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원청과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 협력업체는 물론 원청의 1차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2차 협력업체 근로자까지도 원청의 파견근로자로 인정해 직고용 의무를 씌우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분명한 파견법은 그대로 두고 협력업체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만 강요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직고용만 강요할 게 아니라 자회사 고용 등 사회적인 대타협안을 마련해줘야 기업들이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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