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구찌는 옛말" 압구정 사모님이 지갑 연 그곳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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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밀라노 패션위크 인 현대' 기획전 개최…K-패션 이태리 진출 위한 포석 마련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어떻게 이 가격에 고급스런 옷을 만들었죠?"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은 한국의 토착 부자들이 즐겨 쇼핑하는 곳이다. 샤넬, 구찌도 익숙하기만 한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분들'이 지난 주말 압구정 현대에서 기꺼이 지갑을 연 곳은 3층에 마련된 '밀라노 패션위크 인 현대' 팝업 스토어였다.

현대백화점과 연계해 이탈리아의 신진 컨템포러리(동시대) 디자이너 의류를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한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55)는 "3일간 판매를 진행했는데 소비자들의 눈이 보통이 아니라 깜짝 놀랐다"며 "디자인의 탁월함, 최고급 소재, 부드럽고 몸에 감기는 피팅감을 먼저 알아본 분들이 많았고 주말에는 손님들이 줄 서서 구매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태리 국립 패션협회(CNMI)와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현대백화점이 함께 개최한 이 행사는 이탈리아의 신진 디자이너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를 이탈리아에 소개하자는 이태리 국립 패션협회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원래 3월 예정됐던 행사는 코로나19(COVID-19) 창궐로 이탈리아 경제가 마비되며 지연을 거듭했고 6월 말에서야 현대백화점의 전폭적인 지지와 글로벌 물류회사인 DHL의 도움으로 겨우 오픈할 수 있었다.

송 대표는 63명의 이탈리아 디자이너를 심사해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기준으로 미래의 프라다, 구찌,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될 10명을 선발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목동점·무역센터점에서는 6월26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이들 디자이너 브랜드(꼬떼(COTE), 액트 넘버 원(Act n °), ICEBERG 라르디니(LARDINI) 등)를 유럽과 동일한 가격에 25~45% 할인해 선보인다.



송 대표는 "안목이 한층 높아진 한국의 소비자들은 이제 프라다, 구찌 등 기성 럭셔리 브랜드에서 벗어나 신선한 느낌의 밀라노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유럽 패션계의 트렌드는 이미 샤넬, 프라다 같은 럭셔리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옮겨가고 있으며 럭셔리에 열광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서서히 이같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사진=홍봉진 기자
오는 9월에는 같은 방식으로 밀라노 패션위크에 한국인 디자이너 10인의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현재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송 대표는 "국제 사회에서 K-브랜드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한국 디자이너들을 밀라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안 된다"며 이태리 국립 패션협회의 도움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세계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반면 K-패션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유럽과 한국의 패션과 옷을 대하는 문화적 토양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며 "이탈리아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양말에서 바지, 모자까지 반드시 입어보고 사며 옷을 대하는 예절을 가르치고, 속옷까지 다림질하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특별한 문화적 토양에서 다수의 럭셔리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죠. 헤리티지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를 우리가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성공한 '솔리드 옴므'처럼 현대백화점의 한섬같은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큽니다. "

현대백화점의 '밀라노 패션위크 인 현대' 기획전은 6월26일부터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일주일간 진행되며 7월3일~9일에는 현대백화점 목동점, 10일~16일에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8월3일~9일에는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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