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과 '불멍', 여름휴가 기준됐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6.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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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전반 침체인 와중에 캠핑산업 '나홀로 성장'…여행·유통업계 늘어나는 캠핑족 잡기에 분주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오후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캠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오후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캠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가 피서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올해는 매년 여름이면 물 반 사람 반으로 붐비던 워터파크나 해수욕장이 아닌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을 즐기는 캠핑족으로 숲 속 캠핑장이 붐비고 있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동시에 '집콕'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단 소식에 아웃도어 용품을 차에 싣는 여행객들이 늘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여행·여가 심리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부쩍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대다수 여행객들이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익스피디아 조사 결과 국내 여행객 10명 중 8명(77%)이 올해 국내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서철이면 해수욕이나 호캉스(호텔+바캉스), 스테이케이션(집에서 머무는 휴가)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부각되지만 올해 단연 돋보이는 것은 캠핑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캠핑' 키워드 검색량이 '해외여행'을 뛰어넘었다. 전날(28일) 기준 캠핑 관련 검색량 지수는 89로 지난해 같은 날(18)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이버 트렌드. 코로나19가 확산한 3월을 기점으로 캠핑 검색량이 해외여행을 앞질렀다.  /사진=네이버네이버 트렌드. 코로나19가 확산한 3월을 기점으로 캠핑 검색량이 해외여행을 앞질렀다. /사진=네이버
최근 제주도나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방 호텔·리조트를 제외하고 국내 여행·호텔·카지노·레저 등 관광산업 전반이 침체인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 위협에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의 입장객 수가 전년 대비 5% 안팎에 불과하고,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의 객실점유율(OCC)도 10~20%대에 머무는 것과 달리 캠핑 수요는 날로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로 바뀐 여행스타일은 여행용품 소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CJ대한통운이 최근 발간한 '일상생활 리포트 플러스'에 따르면 3~4월 여권 케이스와 비치웨어 물량은 각각 -78%, -64% 줄었다. 매년 이맘때면 급증했던 수영용품 수요도 77%나 감소했다. 반면 캠핑 필수품으로 꼽히는 차박용 매트 물량은 32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좌마을 캠핑장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캠핑을 즐기며 코로나19)에서 벗어난 한 때를 즐기는 모습. /사진=뉴스1지난 2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좌마을 캠핑장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캠핑을 즐기며 코로나19)에서 벗어난 한 때를 즐기는 모습. /사진=뉴스1
실제 국내 주요 캠핑장들은 지난 3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캠핑장 수요가 전국 평균 73% 증가했다. 주요 OTA나 여행·액티비티 예약 앱 등에서 주말 캠핑장 예약을 두고 캠핑족들 사이에선 로또만큼이나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캠핑업계에선 등록 야영장 뿐 아니라 미등록 야영장에서 자체적으로 즐기는 캠핑족까지 합치면 캠핑인구가 4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 불황에 시달리는 유통업계까지 아웃도어·캠핑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5월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 신장하자 '캠핑이 좋아지는 계절' 테마 기획전을 열었다. 홈플러스도 3~5월 캠핑 관련 용품 매출이 46% 증가하자 최근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진행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캠핑족들이 대용량으로 삼겹살이나 소고기 등 정육상품을 구입하는 흐름에 맞춰 '고기 할인권'을 선보였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캠핑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캠핑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올해 3~5월 홈플러스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나 신장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 17일까지 전국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열고 다양한 캠핑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했다. /사진=홈플러스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캠핑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캠핑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올해 3~5월 홈플러스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나 신장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 17일까지 전국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슬기로운 캠핑생활’ 기획전을 열고 다양한 캠핑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했다. /사진=홈플러스
코로나 속에서 캠핑산업이 나홀로 성장하는 이유는 '거리두기'를 통한 안전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일상이 된 2030 밀레니얼 세대가 급격히 캠핑에 뛰어드는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기간 이어진 '집콕'으로 지친 상황에서 자연 속에서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캠핑 역시 코로나 청정 여행으로 단정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한강공원에서 모인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야외활동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 겸 캠핑퍼스트 대표는 "캠핑장에서도 개수대나 화장실 등 공용공간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몰려 '풀 부킹'인 캠핑장에선 감염이나 접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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