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증시 입성 문 열리나...거래소, 이르면 8월 개편안 내놓는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6.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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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증시 입성 문 열리나...거래소, 이르면 8월 개편안 내놓는다


한국거래소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는 개편안을 이르면 8월 내놓는다. 성장성이 뛰어나지만, 아직 적자 상태인 쿠팡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의 코스피 상장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미래 성장성 중심 코스피·코스닥상장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이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2~3개월 안에 최종 확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상장제도 개편은 거래소가 올해 초부터 계획해온 사항이다. 라성채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상무)는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이) 당장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성장성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스닥 시장은 특례상장제도 등이 갖춰져 있지만, 코스피 시장은 관련 제도가 없다시피해 자본금이 적거나 적자인 기업은 진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유니콘 기업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현행 코스피 상장 제도 중 '성장성 요건'이 있긴 하지만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50억원 이상 △기준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으로 기준이 높은 편이다. 3가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국내 유니콘 기업 선두 주자로 꼽히는 쿠팡이 대표 사례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은 7조원을 웃돌지만 아직 적자 상태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만 7240억원이다. 쿠팡은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코스피 대신 내년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한때 국내 증시 상장을 검토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상장 요건 때문에 고민하다가 독일 상장사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독일 증시에 상장한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돼 영영 국내 증시에서는 만나기 어렵게 됐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액은 5000억원 이상이지만,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이 737억원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 가치를 더욱 높게 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매각됐고, 쿠팡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코스닥 시총 1·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17조원)와 에이치엘비(5조원)에 비견되는 수준이다.

쿠팡, 증시 입성 문 열리나...거래소, 이르면 8월 개편안 내놓는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이번 개편안을 통해 성장성에 시가총액 요건 위주로 적자여도 성장성이 큰 기업은 상장할 수 있도록 물꼬를 틀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가총액 기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세부내용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성장성 요건 강화와 함께 무형자산 평가방식 등도 상장요건에 새롭게 편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특히 중요도가 높아진 지적재산권을 기업가치 평가에 포함할 수 있도록 PPR(주가무형자산비율·Price Patent Ratio) 반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도 특허법인, 회계법인 등이 기술신용평가업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국면 속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더 이상 PER(주가이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으론 기업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실제 증시에서도 카카오, NAVER 등이 시가총액 10위권에 편입하는 등 IT(정보기술)·바이오 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는 움직임이다.

한편 코스닥 시장도 시가총액 중심으로 상장요건을 개편할 방침이다. 현재 일반기업(4개), 이익 미실현 기업(5개), 기술성장기업(2개) 등 11개 유형으로 세분돼있는 것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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