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에 하루 8조 날린 저커버그, 결국 백기투항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0.06.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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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보이콧'에 증오·폭력 내용 담은 게시물 모두 삭제하기로 방침 정해

/사진=AFP/사진=AFP


몰려드는 기업들의 '광고 불매운동'에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결국 백기투항했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60억달러(67조1700억원) 빠지는 등 재정적 타격이 우려되면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인의 게시물이라도 증오와 폭력 내용을 담은 게시물은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말 인종차별 반대시위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을 그대로 두겠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다.



폭력 선동, 증오발언, 이민자 위협 발언 등 지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26일(현지시간) 직원들과 실시간 화상회의를 갖고 "폭력을 선동하거나 투표를 방해하는 게시물은 그것이 누구의 말이든 예외없이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뉴스 가치가 있더라도 보편적 인권 등과 관련한 정책을 위반하는 게시물엔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아울러 특정 인종이나 민족성,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이나 이민자가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증오 발언이 들어간 광고도 금지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은 인권단체들과 논의 후 이번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올라간 게시물에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페이스북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말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삭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부딪힌 비판 여론 이후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려 강경 대응을 암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위터가 이를 바로 차단한 반면 페이스북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저커버그 CEO는 이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게시물을 놔둔 이유를 설명했으나,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졌고 페이스북 직원들도 반발했다.

"페이스북 광고를 끊자"
마크 저커버그/사진=AFP마크 저커버그/사진=AFP
이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페이스북을 겨냥한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운동이 벌어졌다. 16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운동에 동참하며 페이스북에 7월 한달 간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한 상태다. 세계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유니레버와 1위 통신사 버라이즌, 그리고 스타벅스, 코카콜라, 노스페이스 등이 참여했다.


기업들의 광고 중단은 페이스북에 큰 타격을 줬다. 페이스북 주가는 26일 8.3% 떨어졌다. 최근 3개월 내 최대 낙폭으로 시가총액 560억달러가 증발했다. 저커버그 CEO의 순자산도 72억달러가 사라지며 822억달러로 줄어 세계 부자 순위도 4위로 한 계단 밀려나게 됐다.

저커버그 CEO가 부랴부랴 뒤늦은 조치를 취했지만 광고 보이콧 운동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로이터통신은 29일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 운동을 이끈 미국 시민단체들이 미국 기업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기업들에게도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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