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팔수록 손해"…동물병원 치료비, 보험사도 두렵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7.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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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4조 펫시장' 외면받는 펫보험]-①

편집자주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반려동물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반려동물호텔과 유치원은 물론 전용 피트니스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 문제와 맞닿은 보험은 가입률이 미미하다. 보험사들도 마케팅을 꺼린다. 왜 그런 것일까.

"펫보험 팔수록 손해"…동물병원 치료비, 보험사도 두렵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반려동물보험(이하 펫보험)은 2018년 부활했다. 10여년만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약속한 게 기폭제가 돼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 하지만 펫보험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다. 게다가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또다시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빅3’를 포함해 총 10개 손해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2만2000여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해 10배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도 112억5000만원으로 9억8000만원에 그쳤던 2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기준 신계약 건수가 7000건을 넘어섰다.
"펫보험 팔수록 손해"…동물병원 치료비, 보험사도 두렵다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펫보험 가입률은 전체의 0.25%대에 머문다. 4000마리 중 1마리 꼴로 겨우 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2007년 말 처음으로 펫보험을 출시했지만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나빠지면서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2014년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자 상품을 재출시하기 시작했으나 2017년의 경우 삼성화재 등 3개사만 겨우 제품을 파는 정도였다. 총 보유계약 건수도 3000건이 안 됐다. 펫보험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2조원대인 영국 등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2018년 정부의 지원 속에 펫보험 신상품이 다시 쏟아지자 국내에서도 펫보험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아 판매에 소극적이다. 다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슬개골(무릎뼈) 탈구와 같은 고액 치료비 청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이대로 가면 조만간 손해율이 1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이나 사람, 타인 소유 물건에 발생시킨 손해를 보상하는 ‘배상책임보장’은 손해율은 이미 200%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해율이 200%라는 얘기는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20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2010년 보험사들이 애견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은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손해율이 200%를 넘어서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펫보험 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손해율까지 계속 오른다면 언제든 판매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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