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삿포로 사라진 퇴근길, 국산 수제맥주가 채웠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0.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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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

편의점 맥주 진열대에 국내 수제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CU편의점 맥주 진열대에 국내 수제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CU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편의점 맥주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밀려난 일본 맥주의 빈 자리를 국산 수제맥주가 채우고 있다.

2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줄어든 2689만 달러로 집계됐다.

일본 불매운동 이전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지켜온 아사히맥주는 일본맥주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 운동 영향으로 아사히 맥주를 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 지난해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도 -19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맥주 수입업체들은 인력감축을 진행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계약직 영업사원 계약을 종료하고 올해 초에는 정규직 직원을 그룹 계열사로 전보 발령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희망퇴직도 지난달 마무리했다. 삿포로맥주를 유통하는 엠즈베버리지는 전 직원 주 4일 근무 체계로 운영 중이다.

삿포로 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불매운동 시작 당시에는 3~4일 정도 무급휴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 현재는 전 직원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며 "맥주 판매량이 계속 감소해 매출 하락이 오랜 기간 이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 맥주의 절대 강자 일본 맥주가 설 자리를 잃으면서 수입맥주 시장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국산맥주가 빈 자리를 채웠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일반 가정 주류시장에서는 수제맥주의 약진에 힘입어 국산맥주 점유율이 수입맥주 점유율을 앞질렀다.

편의점 CU에서는 올해 1~5월 국산맥주 판매 비중이 50.3%로 4년 만에 수입맥주를 제쳤다. 이마트에서도 지난해 40%에 불과하던 국산맥주 점유율이 올해 1월 58.2%에 이어 5월에는 60.1%로 올랐다. 불매운동 이전 편의점·대형마트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셈이다.

특히 국산 수제맥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맥주의 매출이 폭락한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보다 241.5% 상승했다. 올해 1~5월에는 코로나19(COVID-19)발 '홈술족' 증가로 매출이 전년보다 355.6%나 성장했다.


수제 맥주 상승세는 52년 만에 바뀐 주세법 영향이 크다. 올해부터는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도입됐다. 종량세 도입으로 수제 맥주 업계는 세금 부담을 덜게 됐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머천다이저(MD)는 "올 초 국산맥주가 3년 만에 수입맥주의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 바로 수제맥주였다"며 "올해부터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향후 가격경쟁력을 갖춘 더욱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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