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혐의입증' 檢 자신만만 했는데…'불기소' 결론 왜

뉴스1 제공 2020.06.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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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측면 검토"…무리한 수사 vs "하루만의 무리한 결론"
변호사·법학교수·회계사·언론인 등 위원 투표 10 대 3 판정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류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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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류석우 기자 = 1년7개월간 수사를 이어오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만만 하던 검찰이 삼성 합병·승계 의혹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결과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두고 심의위가 모든 측면을 검토하고 숙고해 내린 결론이 '수사 중단과 불기소'라는 점은 검찰에게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이 복잡안 사안을 두고 전문 심의위원들이 제대로 따지기에는 심사의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위 소집 결정, 심의위의 불기소 결론까지 '3연패' 하며 동력을 크게 잃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만을 남겨두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열린 심의위는 약 9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과반 찬성으로 이 부회장과 김종중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이날 안건은 지난 4일 청구된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 관해 Δ피의자 이 부회장 수사계속 여부 Δ피의자 이 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였다.

심의절차에서 수사팀, 피의자 측 대리인들이 각 50쪽 분량 의견서를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했다.

먼저 발표에 나선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하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후 발표에 나선 변호인 측에서는 우선 실무진 혐의부터 증명해야 하고, 이 부회장이 기소됐을 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법조인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죄가 되는지', '적용법조가 맞는지' 등을 놓고 오랜 시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나 '주가조종'과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위원들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 검토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 기각사유에 관한 토론도 벌어졌다. 앞서 법원은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청구한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었다.

한 심의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삼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등도 고려됐고 법률적인 부분은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며 "긴 시간 전문가들이 모든 측면을 고민하고 고려, 토론을 거친 끝에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상당수 혐의에 대한 검토가 9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이뤄졌으며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이 기권 없이 표결에 참여해 투표한 결과 10 대 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검찰의 완패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양측 모두 위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진술에 대해 '둘 다 시원찮았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수사기록만 20만쪽에 달하는데다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하루 만에 설명하기는 시간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검찰이 심의위 결과와 상관 없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시세조종이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는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이라며 "겉핥기 수준의 브리핑만 듣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수사자문단 같은 경우엔 전문가들만 불러 기록을 다 보여주고 논의를 하는데 심의위의 경우 수사 기록도 제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문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심의한 위원의 경우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부회장 관련 수사를 담당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검사(부장검사 이복현)는 일단 심의위 의견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애초 예상과는 달리 과반수 이상이 불기소 의견을 낸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심의위 의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처분을 할 경우 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선례가 된다. 반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게 될 경우 약 1년7개월 동안 진행된 수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의위 결과나 나온 이후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와 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입장만을 남겼다. 검찰의 최종 결론은 최소 2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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