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기 잃을라…채권단, 이달중 영구채 지원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6.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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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원 중 일부인 5000억원 안팎…완전자본잠식땐 항공기리스 등에서 조기회수 트리거 발동

아시아나항공이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을 위한 발행할 주식의 총수와 전환사채 한도를 늘릴 것을 의결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아시아나항공이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을 위한 발행할 주식의 총수와 전환사채 한도를 늘릴 것을 의결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추가 매입이 임박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아시아나가 리스한 항공기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규모는 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이달 중으로 아시아나 영구채를 더 산다. 채권단은 지난해 아시아나 영구채 5000억원을 사들였다. 영구채 지원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아시아나는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할 수 있는 전환사채 총액을 7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채권단 내부 절차도 끝냈다. 채권단은 올해 아시아나에 1조7000억원의 한도여신을 내 주면서 이중 일부를 영구채 지원으로 전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시아나의 완전자본잠식을 우려해서다. 1분기말 아시아나의 자본잠식률은 81.2%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6279.8%로 치솟았다. 완전자본잠식이 되면 항공기리스, ABS(유동화증권), 회사채 등에서 조기회수 트리거가 발동된다. 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산은은 지난 17일 영구채 지원을 위한 정관변경과 임시주총 개최 관련해 “계속기업 유지를 위한 채권단의 필수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채권단의 영구채 인수를 탐탁치 않게 보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했다. HDC현산은 지난 9일 영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의 중요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채권단에 HDC현산측의 경영권 지분 변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HDC현산의 아시아나 지분율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이의제기였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영구채 지원 규모를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

안전하게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는 수준에서 영구채를 매입하는 또 다른 이유는 채권단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영구채의 위험가중치는 주식과 같다. 같은 돈을 채권이 아닌 영구채로 지원하면 산은과 수은의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이 떨어진다. 산은의 1분기말 BIS비율은 국내 은행 중 케이뱅크를 빼면 가장 낮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모로 영구채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며 “6월말이 되기 전에 아시아나 영구채 지원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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