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드러난 구광모의 '뉴 LG'…'실용·미래·고객'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06.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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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2년 LG의 변신]①

편집자주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2년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과거와 다른 혁신을 본격화한 LG의 그간 행보를 조명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점검해본다.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쏟아지던 지난 4월. LG유플러스 (9,800원 ▲50 +0.51%) 콜센터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가장 먼저 전달되는 최일선이 이 곳"이라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깜짝 손님의 주인공은 바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직후였던 만큼 직원들은 구 회장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콜센터를 찾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구 회장이 평소 강조한 '고객가치'를 여실히 보여준 행보"라고 말했다.

색깔 드러난 구광모의 '뉴 LG'…'실용·미래·고객'


취임 2년…'젊은 총수' 색깔 확연
구 회장이 오는 29일로 LG그룹 총수 취임 2년을 맞는다. 2018년 5월 고 구본무 회장 별세로 갑작스럽게 회장직을 이어받았지만 '젊은 총수'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이 그리는 '뉴LG'는 △고객가치 △실용주의 △미래준비의 키워드로 압축된다. 선대회장들이 중시한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 등 그룹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 전자와 화학을 주축으로 미래 성장 기반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구 회장이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은 것이나 '회장' 대신 '지주사 대표'로 불러달라고 한 데서 실용주의의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 회장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열리던 사업보고회도 올해부터 하반기 한차례로 축소했다.

한 LG 관계자는 "구 대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담당 임원은 물론 부장급에게도 직접 연락할 정도로 소통한다"며 "단순하게 소탈한 차원을 넘어 기존 관습을 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색깔 드러난 구광모의 '뉴 LG'…'실용·미래·고객'
車전장·DX·AI..미래 먹거리 찾는 발빠른 행보
그룹 차원의 미래 준비에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직후 LG전자 (90,500원 ▼100 -0.11%)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사업을 책임지는 VS사업본부의 박경렬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박 전무는 LG가 2018년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사 ZKW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구 회장이 전장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이 지난해 9월 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한 이후 그룹 계열사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LG 전 계열사는 2023년까지 업무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와 인재 채용도 두드러진다. 구 회장이 AI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몸 담았던 경험이 반영됐다는 게 전언이다. LG는 2018년 캐나다 토론토대와 'AI 동맹'을 맺은 지 2년만에 이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 '2020 CVPR'에서 아마존을 따돌리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 청산 및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고 LG화학 (373,500원 ▲500 +0.13%)은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을 떼냈다. LG전자 등이 보유한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 1조37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면서 대형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아 고객가치와 실용주의, 미래준비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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