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손님의 주인공은 바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직후였던 만큼 직원들은 구 회장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구 회장이 오는 29일로 LG그룹 총수 취임 2년을 맞는다. 2018년 5월 고 구본무 회장 별세로 갑작스럽게 회장직을 이어받았지만 '젊은 총수'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이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은 것이나 '회장' 대신 '지주사 대표'로 불러달라고 한 데서 실용주의의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구 회장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열리던 사업보고회도 올해부터 하반기 한차례로 축소했다.
한 LG 관계자는 "구 대표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담당 임원은 물론 부장급에게도 직접 연락할 정도로 소통한다"며 "단순하게 소탈한 차원을 넘어 기존 관습을 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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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이 지난해 9월 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한 이후 그룹 계열사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LG 전 계열사는 2023년까지 업무의 90% 이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와 인재 채용도 두드러진다. 구 회장이 AI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몸 담았던 경험이 반영됐다는 게 전언이다. LG는 2018년 캐나다 토론토대와 'AI 동맹'을 맺은 지 2년만에 이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회 '2020 CVPR'에서 아마존을 따돌리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 청산 및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고 LG화학 (373,500원 ▲500 +0.13%)은 LCD(액정표시장치) 편광판 사업을 떼냈다. LG전자 등이 보유한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 1조37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면서 대형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아 고객가치와 실용주의, 미래준비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