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서 발뺀 트럼프, 바이든이 대통령 된다면…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6.29 04:42
글자크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왼쪽)이 2019년 8월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강경화 외교부 장관(맨 왼쪽)이 2019년 8월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기념촬영 후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외무상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분쟁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였다." (Trump had already told Moon he didn’t want to get involved in the dispute, so I didn’t see much we could do.)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에 실린 내용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을 나서서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만약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어떨까? 과거 오마바 행정부의 기조에 비춰볼 때 내년초 출범할지 모를 민주당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 복원을 위해 한일 갈등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일 갈등' 발 빼던 트럼프, 북핵 협상 교착 이후 관심 더 줄어
한일 갈등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발언도 볼턴의 회고록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7월19일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갈등에 대해 "나는 이미 북한 문제 등 여러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며 "내가 얼마나 더 많은 일에 개입해야 하느냐"고 선을 그었다. 또 "한일 문제에 개입하는 건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모두' 내가 관여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기서 방점은 '모두'란 단어에 있다. 일본은 미국의 개입을 원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관여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한일 무역전쟁 이후 지금까지 미 행정부가 한 것이라곤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양쪽에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제안한 게 사실상 전부다.


이 마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와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일 공조 붕괴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갈등에 관여할 최소한의 이유라도 있었던 셈인데, 지금은 이런 사정마저 달라졌다.

지소미아는 한국 정부의 조건부 연장으로 급한 불을 껐다. 지난해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 중 하나였던 북한 비핵화도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결렬된 뒤 북핵 협상이 사실상 중단되면서다. 11월 미 대선 전까지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호주⋅인도⋅러시아와 함께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했지만, 한일 갈등과 엮어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일본은 이미 G7 회원국이고, G7 확대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헤게모니 전략일 뿐이라는 점에서다.

라지 쿠마르 샤마 인디라간디국립대 교수는 "한국 등을 편입시켜 G7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국에 글로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열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군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서태평양 보급기지인 일본이란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바이든 집권시 한일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설 수도
그러나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대권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이 몸 담았던 오바마 행정부(2009∼2016년)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면 한일간 분쟁을 좌시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일 갈등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무기로 활용하려 하는 '고립주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통적인 동맹 중심의 안보 전략을 고수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towards Asia) 전략은 군사력 재배치 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한미일 3각 공조는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회귀' 전략에서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3년 12월 동아시아 순방 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건 이런 인식에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동에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를 촉구할 정도로 자민당 정권에 비판적이었다. 미국의 정권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