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양심이 없다"…주식시장 비양심론에 대한 변호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6.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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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11>주식투자를 하면 소시오패스가 되는 걸까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주식시장은 양심이 없다. 투자자들은 그저 돈을 벌려고 할 뿐이다.”

6월 초 미국 증권방송 cnbc의 인기 프로그램 매드머니(Mad Money)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Jim Cramer)는 주식시장이 양심이 없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은 사람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곳이므로, 곧 주식투자자가 양심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주식투자자가 양심이 없다는 걸까?



지난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가혹행위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과 경찰의 가혹행위를 규탄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한 달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인종차별 문제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계기로 취약했던 미국의 헬스케어시스템도 마침내 곪아터지고 말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universal healthcare) 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2018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8.5%인 275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었다. 이들 상당수가 저임금 근로자와 실업자들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제도마저도 대통령 취임 첫날 곧바로 폐지 행정명령을 내렸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엄청난 고통과 목숨을 잃는 와중에도 최근 대법원에 오바마케어의 조속한 폐지 결정을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자들이 사회 불공정 이슈에 무관심하고 오로지 돈 버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 주식시장은 인종차별과 의료 불평등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상승 추세를 이어갔고, 특히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8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 상승은 1999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큰 랠리로 기록되면서 닷컴 버블 시대와 비교되기도 했다.

여기서 일부 사회비평가들이 수백만명이 거리에 나가 사회 정의 실현과 의료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동안 바깥세상 일을 외면한 채 오로지 어디다 투자하면 돈을 많이 벌지, 언제 차익실현을 할지, 얼마나 주가가 오를지를 고민하는 주식투자자들을 향해 양심이 없다고 힐난했다. 보통 소시오패스(sociopath)를 두고 동정심이나 양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니까 주식시장이, 주식투자자가 바로 소시오패스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 월스트리트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양심이 없는 주식투자자들의 모습이 많이 그려진다. 이들 모두 사회 불공정에 눈을 감고 사회 정의 실현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천민 자본가이고 소시오패스다.


영화 ‘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에는 원래 선했던 사람들이 한 번 반지를 끼고 난 후 권력의 유혹에 빠져 양심이 없는 괴물로 변한다는 신화적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 '호빗'(Hobbit)에서도 진실했던 참나무방패 소린(Thorin)이 동굴 속에 쌓여 있는 엄청난 규모의 보물과 황금을 본 후 탐욕이 생겨 동족을 외면하고 친구들을 배신하는 모습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래 선했던 주식투자자들도 한 번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돈’이라는 현대판 반지의 마법에 걸려 이기적이고 양심이 없는 소시오패스로 변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영화 '호빗'(Hobbit)의 마지막 장면엔 참나무방패 소린(Thorin)이 죽으면서 "우리 가운데 더 많은 사람들이 황금을 모으는 것보다 음식과 환호, 노래를 더 좋아한다면, 더 즐거운 세상이 됐을 텐데"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현대 세상에서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탐욕에 덜 사로잡힌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양심이 없다”는 말은 짐 크레이머가 주식투자자를 비판하려고 한 게 아니다. 오히려 변호하려고 한 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지 타인의 이익을 위해 하지 않는다. 필자도 그렇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너도나도 돈을 벌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지 사회 정의 실현이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게 아니잖는가. 그게 주식시장의 본성이지 않는가.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이 비양심적이라는 비난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당장 필자 자신도 양심이 없는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개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스스로 양심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주식시장 비양심론에 대해 우리는 이익 추구라는 주식시장의 본성에 충실하게 행동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그저 주식투자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따름이다. 그것을 양심이 없다고 비난한느 것은 억지다. 주식시장에서 돈이라는 현대판 반지의 마법에 걸려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돈을 벌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주식투자자에게 양심이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주식투자자 모두가 탐욕에 눈이 먼 소시오패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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