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마곡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과감한 도전의 문화를 만들어 달라"며 LG (75,600원 ▼500 -0.66%)의 신경영 전략 추진을 주문했다.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와 수소연료 전지 회사 'LG 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사업도 매각했다.
국내 전자결제 분야 2위를 달리고 있던 사업부를 비교적 적은 금액(3560억원)에 스타트업에 넘기는 결정에도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묻어난다. 비록 이익을 내는 분야라도 5G통신·스마트홈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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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해외 이전 결정도 가차없이 내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TV 시장 정체에 대응해 구미사업장 TV 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엔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에 있는 TV용 LCD 생산라인을 연말까지 정리하는 구조조정과 함께 2017년 이후 가동을 중단한 구미 2·3공장(9만여㎡)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고용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 사업을 키우기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작업이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라며 "가만히 있는 것은 실패라는 기조 하에 미래 준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7월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9월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2019년 2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4월 LG화학의 미국 듀폰 솔루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인수에 이어 같은 달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 인수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구 회장 취임 직전 1조4440억원 규모의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 ZKW 인수도 진행됐다.
비핵심 사업 정리와 신사업 확대 등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내실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LG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은 최근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말보다 시총 10조원 이상이 늘었다. 지난 2월 LG전자, LG화학, LG상사가 가지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해 약 1조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자산을 효율화한 것도 효과를 봤다.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말 LG의 보유 순현금이 1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구 회장이 대규모 M&A(인수합병)를 통해 '뉴 LG'를 완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전장, OLED, AI(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먹거리 분야가 구 회장의 주요 관심 항목으로 꼽힌다.
64년 만에 정기공채를 없앤 것으로, 미래 준비의 핵심 동력인 인재 확보를 위해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경영 환경과 기술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배치하는 수시 채용이 적합하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 확대를 통해 지원자들이 원하는 업무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조기 퇴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화학 CEO(최고경영자)로 1947년 창립 이래 첫 외부 인사인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하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생활건강의 34세 심미진 상무를 전격 승진시키는 등 능력주의 채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식을 건너뛰고, 임직원들에게 자신을 '대표'로 불러달라고 하는 등 소탈한 리더십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각종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한편 보고 방식도 허례허식을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구자경 명예회장 때부터 30년째 해온 '사업 보고회'를 기존의 보고 형식에서 토론으로 바꾸고, 매 분기마다 열던 임원 세미나는 임직원 간 소통 공간인 월례 포럼으로 전환했다. 취임 초 실시한 자율복장제도 정착됐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 복장부터 회의, 보고 전반에 걸쳐 격식보다 내용에 치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며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기업문화가 정착되면서 사내 전반에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