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 일본 불매운동 1년, 애꿎은 피해도…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이재은 기자 2020.06.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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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

뒤돌아본 일본 불매운동 1년, 애꿎은 피해도…


'NO재팬 운동'은 이례적으로 중장기적이고 광범위한 불매운동으로 소비자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사례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기업이 아닌데도 일본과 사업 관계가 있거나 일본산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불매운동의 애먼 타깃이 됐고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에 손님이 끊기기도 했다. 이와 같이 그림자도 분명했다는 지적이다.

불매운동 대상이 일본제품 혹은 일본과 관계가 있는 기업의 제품 등으로 광범위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탓에 애꿎은 기업들의 피해도 이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과 롯데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양대 축이다. 이 중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롯데계열의 투자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상사, 롯데하이마트,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등이 모두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롯데쇼핑은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불매운동 직후인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87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당시 롯데는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나오고, 세금을 내며 직원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은 대한민국 소주브랜드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적극 진행한 바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일본 아사히가 롯데칠성음료(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사실이 번지면서다. 당시 처음처럼을 비롯한 주류제품들이 불매운동 타격을 받으며 지난해 3분기 주류부문 매출이 20%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이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며 지난 1분기 주류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30% 하락한 1384억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일본 브랜드라는 소문으로 타격을 받았다. 당시 세븐일레븐은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로,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며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CJ제일제당도 햇반에 들어가는 미강추출물이 일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곤혹을 치러야 했다. 미강추출물은 쌀겨에서 뽑아낸 원료로 밥의 맛과 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국산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 일본산 원료를 이용해 왔다. CJ제일제당은 순차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며 연내에는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1여년이 지난 현재는 이같은 불매운동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보다 불매운동 동력이 저하된 것도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나 과도한 잣대 때문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맘카페나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아직도 가끔씩 불매운동 리스트가 올라오는 등 부담이 없지는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일본과 관련한 이슈가 등장하면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는 것도 오히려 주목을 받거나 확산될까바 조심스럽게 지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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