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와인 한 병 값', 와인 점령한 신세계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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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장 확대 긍정적…가격 파괴 문제 있어"

'커피 한 잔값=와인 한병값.' 이마트 4900원 와인에 이어 롯데의 3900원 와인이 등장했다. 이마트 와인 '도스코파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대형마트·편의점에서 너도나도 와인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촉발한 초저가 와인 경쟁이 "와인 시장 규모를 키웠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와인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와인 시장 점령한 신세계
이마트 고객이 4900원짜리 와인 '도스코파스'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이마트이마트 고객이 4900원짜리 와인 '도스코파스'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제공=이마트


지난해 8월 출시된 '정용진 와인' 도스코파스.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와인수입사 신세계L&B가 기획해 출시된 와인으로, 출시 4개월만에 100만병이 팔렸다. 이는 국내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와인으로 등극했고 지난 4월 기준 누적 160만병 이상 판매됐다.

도스코파스 흥행 이후 마트, 편의점에서 1~2만원대 저가 와인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와인이 소주·맥주를 대신하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 3년 전 이마트 주류 카테고리 내 매출구성비 17.8%를 차지했던 와인은 올해 26.3%로 확대됐다. 현재 이마트 주류 매출의 4분의1 이상을 와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8년 국민와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와인 종류를 올해 2000여개 품목까지 늘렸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중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24 등 신세계 전 계열사에서 와인 판매를 확대하는 추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와인사랑과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수요가 확대가 맞물리면서, 신세계그룹 와인 사업 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주류도매업체 신세계 L&B 매출도 뛰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 1072억원을 기록하며 와인 수입사 중 처음으로 1000억원 매출을 넘었다. 신세계그룹 내부 거래로만 7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주요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날(667억원), 아영FBC(565억원), 나라셀라(469억원) 지난해 총 매출보다 많은 수준이다.
"와인 시장 확대 긍정적이지만…가격 파괴 우려"
이마트가 지난달 1천여 품목 와인 총 100만병을 시중가 대비 20~70% 할인 판매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와인장터 행사를 진행했다./사진제공=이마트이마트가 지난달 1천여 품목 와인 총 100만병을 시중가 대비 20~70% 할인 판매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와인장터 행사를 진행했다./사진제공=이마트
신세계가 촉발한 유통업계 와인 판매 확대는 실제 전체 와인 시장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 규모는 2억5925만달러(약3121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들이 친숙하게 와인에 다가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지만, 와인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가격 파괴에 대해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는 "초저가 와인이 와인 시장 저변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가격 파괴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와인이 가진 고유의 가치가 있는데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다보니 이를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와인 품질에 대해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도 "와인 수요가 늘고 판매 경로가 다양해져 기회가 많이 생겼다"면서도 "대형유통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어 소규모 업체 입장로선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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