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던 케이뱅크 증자… 우리금융 '내부등급법'서 해법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6.2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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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 사진=양성희 기자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 사진=양성희 기자


우리은행 이사회가 지난 4월부터 공전하던 케이뱅크 증자의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모두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으나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시행을 눈 앞에 두면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풀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전환우선주를 포함한 케이뱅크 지분율을 26.2%로 확대하는 유상증자 참여를 결의했다. 현재 보통주와 전환우선주를 통틀어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율은 14.5%다.



우리은행 1906억 투입, 26.2% 확보
우리은행 몫의 증자분과 실권주 인수 등을 통해 지분율을 11.7%로 늘리는 데 1631억원이 투여된다. 기존 보유 주식 가치(장부가)와 더하면 모두 1906억여원 수준이다.

케이뱅크 증자는 4월 5949억원 규모로 추진되다 결국 2392억원으로 축소됐다. BC카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 몫은 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케이뱅크는 종전 계획보다 크게 축소된 증자 빈 자리를 전환우선주로 채워 증자 규모를 4000억원 수준으로 맞췄다.



복잡한 사정 이면에는 은행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증자 후 케이뱅크가 우리은행 자회사(15% 이상)로 분류될 여지가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보통주 비중은 낮추고 전환우선주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자본 확충이 급한 케이뱅크는 이같은 우리은행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할 수 없었고, 우리은행은 보통주 기준 지분율을 기존 13.8%에서 19.9%, 전환우선주 포함 26.2%까지 확대하는 데 다른 주주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정상화를 위해 3대 주주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지 않으려던 우리은행 노력도 무위로 돌아갔다.


BIS 비율에 발목, 해법은 지주사 ‘내부등급법’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자회사 편입을 꺼렸던 이유는 BIS 비율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우리은행 자회사로 분류되면 우리은행이 보유한 케이뱅크 장부가 기준 위험가중자산(RWA)이 1000%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1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 위험가중자산은 종전 166조원에서 약168조원으로 불어난다. 그에 따른 BIS 비율은 14.8%에서 14.6%로 0.2%p 감소한다. 금융감독원이 요구하는 대형은행 BIS 비율 하단(14.0%)에 근접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은행의 BIS비율은 이미 △하나은행 15.6% △신한은행 15.5% △국민은행 15.0%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더욱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대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다른 은행보다 연체, 부실 등 위험이 높아진 터다.

해법은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에 있었다.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BIS 비율 산출에 표준등급법을 적용 중인데 금융감독원은 29~30일 중 내부등급법을 승인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BIS 비율이 종전보다 1.2%p 개선돼 1분기 말 기준 11.7%에서 12.9%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 3분기 중 바젤Ⅲ를 적용하면 BIS 비율이 추가로 0.9%p 개선돼 13.8%까지 높아진다.

BIS 비율 개선은 출자 여력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에 1조원 출자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BIS 비율에 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 이는 또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출자를 결정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 승인을 확신하면서부터 케이뱅크 증자 논의가 풀리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케이뱅크가 추가 증자를 단행할 때 이번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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