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이상 평균적인 삶 누릴 수 없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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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거대한 분기점’…8인의 석학이 예측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이상 평균적인 삶 누릴 수 없어”


“자본주의는 최악의 시스템 가운데 여전히 최선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기본 소득은 모든 것이 자동화되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킬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이다”

더욱 빨라지는 기술 진보의 시대, 이 시대가 만드는 삶과 직업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투명하다. 확실한 건 기울어진 사회 시스템이 더 가속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몰락하는 중산층과 소외되는 인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코로나19 이후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도 한창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계는 이제 어떤 ‘주의’와 ‘호의’로 인간사를 꿰뚫고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위한 메시지에 주목해야 할까.

세계 석학 8인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제언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는 지금 거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이 말하는 분기점의 시작은 자본주의 위기론이다.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의 성장을 가속시켰으나, 그 부작용으로 구조화된 빈곤 계층을 쏟아내며 불평등 사회를 고조시켜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아직 자본주의를 대체할 시스템은 없다”면서 “자본주의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데, ‘복지 자본주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체코의 대표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자본주의는 비판받기를 원하며, 지금까지 그 원동력으로 진화해온 시스템”이라며 “미국 대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제대로 교정하면 완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은 엘리트 계급만 살기 좋아진 부의 불평등이다. 퓰리처상을 3차례 수상한 작가 토마스 프리드먼은 “평균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정리한다. 2차 세계대전부터 약 50년간 평범한 능력을 지난 사람도 평균적인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혁신, 세계화 등이 심화한 현대에서는 평균이 되려고 발버둥을 쳐도 과거의 평균적인 노동자, 기업, 국가의 라이프스타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부의 불평등과 함께 떠오른 문제가 오늘날의 ‘일’이다. 월가 점거 운동의 이론적 지도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 교수는 “현대인의 근로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쓸모없는 일’은 더 늘어났다”며 “이러한 일에 대한 인식이 사회를 좀먹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 소득’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잊혀질 권리’를 주장해온 빅데이터 연구의 권위자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교수는 “세계는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중심 시장으로 변환했다”며 “기본 소득은 ‘의사 결정의 자유’라는 인간만의 특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대한 분기점을 ‘중심주의 세계관’의 사망에서 찾는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중심주의 세계관의 사망을 선고한 계기가 됐다”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라 여기던 개방과 개인주의 문화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위기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자율성과 협력을 내세워 인간관계와 국제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8인의 석학들은 우리가 어떠한 정책을, 어떠한 과정을 통해 실행하느냐에 따라 10년 전으로 후퇴할 수도, 더 빠르게 번영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한다.

◇거대한 분기점=폴 크루그먼, 토마스 프리드먼 등 지음. 최예은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224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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