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내세우는 첫 번째 충격은 리먼 쇼크다. 2008년 리먼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파가 일본을 덮쳤다. 비대한 경제 규모, 조직화된 기득권의 저항,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일본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모델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실패 요인들은 과거에 일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두 번째 충격은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다. 카리스마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이후 자민당은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009년 집권세력이 된 민주당은 그러나 시작부터 능력 부족을 드러내며 동일본대지진 대응에 실패한 뒤 자멸했다.
세 번째 충격은 센카쿠 열도 분쟁이다. 회토류 수출을 금지한 중국에 무력하게 굴복한 일본은 기존의 외교안보 접근법으로 상대하기 힘든 ‘선수’(중국과 한국)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불안감을 느낀 아베 정권은 자주적 안보를 명분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팽창적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마지막 충격은 동일본대지진이다. 일본은 2011년 9.3 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 등 삼중재난으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받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 국민의 심리적 상처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 총체적 인재로 드러난 원전 사고의 전말은 관료주의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고 ‘안전 신화’는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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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가지 충격 후 아베의 귀환은 이뤄졌다. 아베 정권은 팽창과 재탄생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돌아왔다. 저자는 “아베노믹스 등을 통한 노력은 일시적으로 성공한 듯 보이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일본을 옥죄고 있는 구조적, 태도적 한계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정 확장을 통한 경기 부양이 임계점에 다다른 데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의 실패, 고령화되는 인구 구조 문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패배주의와 체념의 정서 등이 겹쳐 수축과 쇠퇴로의 거대한 전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 정점을 찍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며 “구조적 제약과 태도적 장벽이 결합해 자신들이 바라는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런 의지마저 꺾여버린 현실 앞에서 좌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크 재팬=브래드 글로서먼 지음. 김성훈 옮김. 김영사 펴냄. 428쪽/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