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펜 운동' 확산에…민주 "취준생 기회 뺏는 것 아냐"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0.06.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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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지난 22일 보안검색 요원 1900명을 공사의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하자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코로나 여파로 취업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달라'라는 제목의 글은 게시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인 동의 청원 20만명의을 넘겼다. 2030을 중심으로 역차별에 대한 항의의 표시를 나타내는 '부러진 펜 운동'도 인터넷 취업 카페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로 불거진 '공정성 문제'가 재점화 되자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여권 내에서는 사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잘못된 정보'로 인한 논란이라고 규정하는 입장까지 나온다.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민주당 "취준생 기회 뺏는 것 아냐…가짜뉴스 때문"
민주당은 인국공 사태가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6일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과 관련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들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로, 사소하진 않지만 이런 일로 국민 혼란을 빠뜨리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요즘 보면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역시 "조중동 류의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원인을 규정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세력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 보도"가 사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 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할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던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기업 취업준비생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절반의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5급 정규직 공채 직원과 보안검색직은 완전히 별개의 직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고용 되는 분들은 기존에 일하고 있는 파견 근로자들이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되는 것"이라며 "수년간 경험과 경력을 쌓은 분들이고 불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절차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문빠찬스" 맹비난
통합당은 조 전 법무장관 사태에서 불거진 2030의 '불공정 문제'를 재점화 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조국 사태로 '아빠 찬스'에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문빠 찬스'라는 절망을 느끼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정규직 전환은 필요하나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결과의 평등과 노력해서 얻고 싶은 정규직 합격을 운과 로또에 기대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재섭 통합당 비상대책위원도 "조국 사태에서 '아빠 찬스'에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이번 인국공 사태의 '문빠 찬스'는 절망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국공을 방문했던 날을 전후해 달라진 채용 기준을 문제 삼으며 "5월 12일 이전 입사한 관리직 미만 대상자는 이번 채용 절차에서 NCS(직무기초능력)시험이 면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한 청와대 일자리수석의 발언은 냉혹하기까지 하다"며 "공감지수 높다고 자부해 온 정부, 공감은커녕 취업준비생을 착각과 시기심의 근원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천공항의 묻지마 정규직화는 대한민국의 공정 기둥을 무너뜨렸다. 노력하는 청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이른바 '로또취업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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