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형편도, 가치관도 다른 두 소녀가 서로가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14년간 엇갈리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른 두 소녀의 인생은 고등학교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칠월은 명문고등학교에, 안생은 직업학교에 진학한다. 칠월은 수험공부에 여념 없고, 안생은 미용실과 클럽에서 돈을 번다. 칠월과 안생의 교집합이라고는 어린 시절 추억뿐이지만 두 사람은 진심을 다해 우정을 쌓고, 마음을 나눈다.
안생은 칠월이 짝사랑하는 소가명을 찾아가 다짜고짜 으름장을 놓는다. 여자를 사귀어본 적은 있는지, 고백을 하는 편인지 받는 편인지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마치 칠월의 오빠라도 되는 양. ‘우리 칠월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네 눈에선 피눈물 나게 할 거야!’ 안생의 반협박 면접(?) 의도와 달리, 가명은 이 난데없는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하고 만다.
안생과의 귀여운 만남 이후, 가명은 칠월과 연애를 시작한다. 첫눈에 반한 여자의 절친과 사귀다니 이 무슨 막장 스토리인가 싶겠지만, 영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들의 마음을 따라간다. 사실 관계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간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 이 마음도 내 마음이지만 저 마음도 내 마음인. 안생에게 마음이 흔들렸지만 칠월을 향한 마음 또한 진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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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
고향을 떠난 안생과 고향에 머문 칠월.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전혀 다른 색으로 채색한다. 길거리와 클럽을 전전하며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안생, 은행에 입사해 차근차근 가명과 결혼을 준비하는 칠월. 칠월과 안생은 서로를 그리워하다 힘겹게 재회한다. 얼굴을 마주하면 반가울 줄만 알았는데 서로가 왠지 모르게 낯설다. 칠월은 바다처럼 자유로운 안생의 삶이 부럽고, 안생은 육지처럼 안정적인 칠월의 삶이 탐난다. 행복해 보이는 그 인생 저편의 고단함은 모른 채 말이다.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소설 제목은 ‘칠월(七月)과 안생(安生)’이다. 이름을 곱씹어보면 참 의미심장하다. 칠월, 1년 중 가장 뜨겁고 생기 넘치는 달. 안생, 아무탈 없이 편안한 삶. 칠월과 안생은 자신들 이름의 뜻과는 정반대의 삶을 산다. ‘소울메이트’라고 관계를 특정하는 한국 제목보다 ‘칠월과 안생’이라는 속뜻을 닮은 원작 제목에 마음이 더 끌린다.
우리의 삶이 육지에 있든, 바다에 있든 저마다 힘듦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떠올랐다. 중요한 길목마다 함께 있어 줬던 그 시절 친구들도 문득 그리워졌다. 나의 칠월과 안생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주인공 칠월을 연기한 마사순과 안생 역의 주동우는 중화권 대표 영화제인 금마장 영화제에서 53년 만에 최초로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자들만의 애정과 질투 사이 묘한 우정의 줄타기를 섬세하게 표현한 결과다. 국내에서는 김다미와 전소니가 한국판 리메이크 출연을 확정했다. 이들이 보여줄 칠월과 안생은 어떤 얼굴일지 벌써 궁금해진다.
김수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