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심사 제3자' 노조 파괴력은? EU 특수성이 변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6.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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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국 금속노조가 유럽연합(EU)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심사 과정에 제3자로 참여하는 것은 의외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 규제당국과 달리 EU가 제3자 의견을 반영하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톰슨로이터의 EU 법률 설명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의 기업합병심사에서 제3자 지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U집행위는 우선 기업 합병 1단계 심사를 거치는데 이 때 합병 기업의 고객, 경쟁사,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의견 청취를 한다. 관련성만 있으면 누구나 제3자 지위를 신청할 수 있는 데, 집행위는 이들에게 합병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련한 세세한 질문을 묻는다. 최소 한번 이상의 청문회 등에 참석할 수 있는 데다가, 심사 진행 과정에 대한 자료 열람 권한도 생긴다.



집행위가 1단계 심사에서 승인을 내지 않고 2단계 심사로 넘어갈 경우에도 제3자에게 의견을 청취한다. 톰슨로이터는 "합병심사에서 제3자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면서 "반대하고 싶은 제3자는 집행위의 검토 기간 언제라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으며, EU집행위도 합병에 크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국 법률정보 전문 사이트 렉솔로지도 "제3자는 기업합병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차지한다"면서 "합병시 큰 피해가 온다는 것을 충분한 입증할 경우 심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제3자의 반대에 의해 EU에서 기업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대부분 제3자 역할로 반대에 영향을 끼친 건 거대 경쟁사들이었지만, 제3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1년 GE과 허니웰간 합병은 EU집행위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당시 제3자 지위를 부여받았던 GE의 경쟁사인 록웰 인터내셔널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측이 강력히 항의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3년 소니뮤직과 BMG간 합병 과정에서도 EU집행위가 승인을 한뒤, 2만5000여명이 소속된 작곡가 협회가 유럽법원(CFI) 무효 소송을 내면서 2006년 결국 합병이 무산된 사례가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은 이 사례를 두고 제3자의 역할이 기업합병심사에서 점점 큰 역할을 끼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텔레콤 이탈리아와 보다폰간 합병건에서도 양사는 제3자의 반발로 인해 경쟁사들에게 9년간 자사 네트워크 접근권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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