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 사옥
2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옵티머스운용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에 지난 4월쯤 메일을 보내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명세서에 채권 등록을 요청했다. 이 메일에 첨부된 파일에는 옵티머스운용이 비상장사 A, B사 채권을 인수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A, B사는 대부업체 및 부동산 중개업체였다. 관공서·공기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 옵티머스운용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관공서·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대부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체 등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사채에 돈을 쏟아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운용 뿐 아니라 펀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펀드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등에서 구멍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돼 왔다.
판매사 측은 “운용정보 확인이 어려운 사모펀드의 특성상 사무관리사(예탁결제원)가 작성하고 운용사가 제시한 펀드명세서에 당초 약정한 대로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 담겨 있다고 하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며 “예탁결제원에 펀드명세서를 직접 보여달라고 해도 ‘자기네들은 운용사 지시만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라’는 답변을 받을 뿐”이라고 했다.
또 “사무관리사, 그것도 금융위원회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에서 작성한 펀드명세서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이 펀드명세서에 C,D공기업 매출채권 이름이 등재된 과정에 예탁원의 주의감독이 현저히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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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A, B사 사모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첨부파일이 있었음에도 C, D사 등의 공기업 매출채권을 편입한 것처럼 기재해 달라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요구를 예탁결제원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들어준 것은 주의의무를 상당히 결여했다고 봐야 한다는 게 판매사들의 주장이다.
펀드명세서란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해당 펀드에 어떤 자산이 편입돼 있고 기준가 대비 현재 평가액이 얼마인지 등을 적어둔 매일매일의 장부다. 원래 이 펀드명세서를 작성하고 보관할 책임은 자산운용사에 있지만 대개 사무관리회사에 이 같은 단순 업무를 맡긴다. 예탁결제원은 이미 2000년 8월부터 이같은 펀드 사무관리 서비스를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제공해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운용사의 운용지시는 대개 수탁은행과 사무관리사에 동시에 전달이 되고 이에 따라 수탁은행은 자산을 사고팔며 사무관리사는 해당 지시 등에 따라 펀드 재산을 계산해 펀드자산명세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펀드 사무관리사의 업무는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측은 판매사들의 문제 제기에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펀드 사무관리사가 운용사 지시에 따라 단순 업무만 대행할 뿐이며 해당 펀드의 투자대상 자산이 실제로 펀드에 편입돼 있는지 여부까지 실제 확인해 펀드명세서를 작성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운용사가 실제 어떤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는지 등의 인수계약서를 제출받을 의무는 우리에게 없다”며 “인수한 채권의 할인율이나 만기 등 펀드 기준가 산정에 필요한 정보만 필요로 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무관리사로서 예탁결제원은 위탁자인 옵티머스의 지시대로 단순히 채권 등록을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서도 판매사 측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단순 기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운용사-사무관리사 관계라고 하더라도 문제된 사안에서는 버젓이 비상장사 A, B사의 사모사채 인수계약서가 첨부된 채 이를 C, D공기업 매출채권으로 등록해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이 요구를 예탁결제원이 받아들였다”이라며 “이처럼 이례적인 상황이라면 최소한 C, D공기업에 옵티머스운용이 매출채권을 인수하는지 여부는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