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통까지 끌어썼다"…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몰린 뭉칫돈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6.24 15:04
글자크기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열기가 뜨겁다. 공모주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의 밸류에이션 매력에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마통'(마이너스통장)까지 끌어썼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단기차익을 노리고 빌린 돈으로 청약하는 공모주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청약 과정에서 일부 주관 증권사 홈페이지가 주문 폭주로 먹통이 되기도 했다.

24일 오후 2시 기준 SK바이오팜의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4억5446만여주 청약이 접수됐다. NH투자증권에 배정된 SK바이오팜 청약 주식수는 약 180만여주로, 현재 NH투자증권 개별 기준 SK바이오팜 청약 경쟁률은 252대 1을 넘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지난 15일 개최한 IPO(기업공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팜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지난 15일 개최한 IPO(기업공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팜


현재까지 NH투자증권을 통해 접수된 SK바이오팜 청약 물량 기준 증거금은 11조원 이상이다. 다른 증권사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공모주 청약 증거금 기록인 제일모직(2014년)의 30조649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적은 리스크·밸류에이션 매력에 공모 대흥행…1억 내고 10주 받을 수도
산술적으로 SK바이오팜 청약 경쟁률을 400대 1로 가정할 경우, 공모주 투자자가 1억원을 증거금으로 내면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은 약 10주다. 물량 확보 여부는 결국 얼마나 많은 증거금을 낼 수 있느냐, 여러 통장을 활용하느냐 등이 변수다.

SK바이오팜의 공모 인기는 폭발적이다. 공모 규모만 1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IPO(기업공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예측 및 청약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란 평가다. 무엇보다 SK바이오팜이 내세운 밸류에이션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평가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공모주의 경우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거나, 혹은 현재 가치보다 저렴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 SK바이오팜은 상장에 앞서 증권가로부터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의 확정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8373억원이다. 전문가의 평가대로라면 상승 여력이 있는 주가로 해석할 수 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와 수노시의 합산 가치를 약 5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다른 기타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를 더한 SK바이오팜의 적정 시가총액으로 5조7000억원을 산출했다.

이혜린,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상업화 신약 가치를 고려한 적정 시가총액으로 6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이미 자체 개발 신약을 임상을 거쳐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적다는 평가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9개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 반영과 전체 주식수의 5% 정도로 예상되는 상대적으로 적은 유통 주식수, 향후 코프시200 지수 편입 기대감 등으로 상장 뒤 높은 가치를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바이오팜 연구소 연구원들이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팜sk바이오팜 연구소 연구원들이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팜
뜨거운 청약 열기, 주문 폭주에 주관사 홈페이지 먹통 현상…"마통까지 끌어썼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공모주 청약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약 첫 날인 지난 23일 한 대표 주관사의 홈페이지가 접속 폭주로 먹통이 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청약 첫 날은 둘째 날보다 신청이 몰리지 않는데, SK바이오팜은 첫 날에만 6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몰렸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모 시장 관계자는 "보통 청약을 이틀간 하면, 첫날 청약을 넣은 사람은 하루만큼 더 돈이 묶이고 빌린 돈이라면 이자를 하루 치 더 내야 한다"며 "그래서 통상적으로 청약은 대부분 둘째 날 몰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의 첫날 청약 결과를 보면 이례적이라 할 만큼 많은 돈이 들어왔는데, 공모주 투자를 많이 하지 않은 신규 투자자도 꽤 유입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청약 증거금은 배정된 주식 금액 외에 다 돌려받기 때문에 짧은 기간 이자를 염두에 두고 은행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돈을 마련해 SK바이오팜 청약을 넣는 사람도 주변에 꽤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의 이 같은 공모 흥행이 다른 IPO 기업에도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최근 주식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알짜 공모주로 흘러가며 IPO 시장 투자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반면 SK바이오팜의 자체적인 매력이 공모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볼 경우 또 다른 공모 기업의 지속적인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SK바이오팜 정도의 대형 공모 이벤트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상반기 공모 시장이 위축됐던 상황에서 다소 주식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는 가운데 기대주인 SK바이오팜이 좋은 가격으로 공모에 나서니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 시장이 잠잠했던 만큼 SK바이오팜 등장에 잠재 수요가 폭발하면서 약간 투자 심리가 과열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향후 실물경제 흐름이나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등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