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새 키워드는 '스토리'…"시장·사회 신뢰 얻자"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6.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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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개최된 '2020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경청하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SK그룹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 경기도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개최된 '2020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한 발표를 경청하면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SK그룹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가치는 지속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적재산권, 일하는 문화 등 유·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한 토털밸류(Total Value)입니다. 이를 키울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CEO(최고경영자)들에게 기업가치 성장을 위한 새 역할을 제시했다. 재무성과 위주의 성장에만 그치지 않고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CEO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 회장은 23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0 확대경영회의'에서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가치는 단순히 재무성과·배당정책 등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다"며 "각사 CEO들은 토털밸류로 정의되는 기업가치 구성 요소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대경영회의는 최 회장이 직접 주재해 내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SK그룹의 가장 중요한 연중 행사 중 하나다.



이날 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162,900원 ▲2,200 +1.37%)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44,600원 ▲200 +0.45%)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7개 위원회 위원장과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해 올해 주제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집중 토론했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다른 경영진들은 온라인을 통해 회의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확대경영회의 내내 CEO 역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아 왔던 구조적 한계를 어쩔 수 없는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져야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도 가능하다”며 "CEO들은 이 같은 구조적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성장 스토리를 준비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 기관투자자, 연기금, IB 등 금융사회의 다양한 구성원 뿐만아니라 고객, 사회 등과도 긴밀히 소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스토리텔러로서의 CEO'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대식 의장은 유망사업 발굴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한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절실함과 실행력 부족으로 인해 기존 사업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가시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빠르고 과감하게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SK그룹 CEO들은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스토리 구상'에 나섰다. SK그룹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사회문제도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 스토리, 친환경 비즈니스를 접목한 ESG 스토리 등 자신의 경영환경에 맞는 여러 스토리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총체적인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확대경영회의는 집단지성을 활용,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패널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회장도 '파이낸셜 스토리와 CEO 역할’을 주제로 한 토론을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에너지·화학 분야에서는 전통적 에너지 산업으로는 기업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친환경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기업가치를 혁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AI(인공지능)와 DT(디지털 전환) 등 4차산업의 핵심기술에 대한 테크 리더십을 확보하는 방안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밖에 안정적 수익과 미래 성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운영 방향을 고민하고 그룹 차원의 성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SK 관계사들이 상호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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