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터지는 공모주 경쟁률…스팩 투자가 대안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6.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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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터지는 공모주 경쟁률…스팩 투자가 대안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신규 상장 종목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모주와 마찬가지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은 신규 상장 종목에 투자할 수 있고, 합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원금(공모가 기준)을 회수할 수 있어 안정성도 높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11개 종목(스팩·재상장 제외)의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평균 718.5대1을 기록했다. 1000주를 신청해도 1주 겨우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치열한 경쟁률이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종목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엘이티 (5,610원 ▼170 -2.94%)다. 34억원 모집에 5조원이 넘는 청약금액이 몰려 155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넥스에서 이전상장한 위세아이텍 (6,590원 ▼160 -2.37%)은 1076.6대1의 경쟁률이 나왔고 서울바이오시스 (3,280원 ▲30 +0.92%)(942.7대1), 서남 (5,380원 ▼260 -4.61%)(881.6대1), 에스씨엠생명과학 (2,560원 ▼35 -1.35%)(814.2대1), 플레이디 (6,280원 ▼260 -3.98%)(864.8대1), 레몬 (1,930원 ▲302 +18.55%)(800대1) 등도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해 공모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은 일반청약 첫날인 23일 하루에만 6조원에 가까운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청약 마지막날(24일)에도 청약증거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 기록인 제일모직의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모주 경쟁률이 치열해 진 것은 최근 신규 상장주들의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부분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한 11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은 현재까지 평균 66.4%를 나타냈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엘이티는 상장 첫날인 지난 22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23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는 2만6300원으로 공모가 7800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서울바이오시스와 레몬, 에스씨엠생명과학 등도 공모가 대비 2배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에 유입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으로는 받을 수 있는 신주가 한정돼 있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에 증권가에서는 스팩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스팩이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코넥스 기업이나 비상장회사는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할 수 있다.

공모주 투자는 청약을 넣더라도 경쟁률에 따라 신주를 받는데 한계가 있지만 스팩 투자는 이미 상장돼 있는 스팩 주식을 산 만큼 합병 후 신주를 받을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작고 시장 관심도가 떨어지는 회사는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스팩 상장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공모상장=우량기업, 스팩상장=비우량기업이란 인식이 있지만 최근에는 스팩상장 기업도 상장 이후 높은 주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12월 우리나라에 스팩 제도가 첫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74개의 스팩이 상장했다. 이중 67.3%인 70개사가 합병에 성공했고, 합병 이후 3개월 간 평균 주가 상승률은 39.1%를 기록했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6개 기업의 주가도 역시 지난 22일까지 평균 35.4% 상승하며 양호한 수익률을 선보였다.

스팩은 합병 기한 3년이 지나면 상장폐지된다. 합병을 하지 못하더라도 공모가(주당 2000원)에 소액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스팩 역시 간혹 우선주와 마찬가지로 이유도 없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팩도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주식수가 적어 소수 거래에 의한 시세 조작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스팩 공모가인 2000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스팩 투자에는 합변 전 단계 투자, 합병승인 이후 합변 전까지 투자, 합병 완료 이후 투자 등 다양한 전략이 있다"며 "합병 완료 기업의 경우 실적이 확정되는 이듬해 3월의 주가 변동성이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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