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자는 곳'에서 '일상 놀이터', 호텔이 바뀐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6.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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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뉴노멀에 특급호텔도 변화 움직임…12시간 힐링 호캉스는 물론 게임대회 콘텐츠 구성까지

/사진=파르나스호텔/사진=파르나스호텔


특급호텔이 '잠을 자는 장소'에서 '일상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벼랑 끝에 몰린 호텔들이 기존 영업의 틀을 깨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콘텐츠로 생존을 꾀하면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울 시내 특급호텔 들이 파격적인 콘셉트의 호캉스(호텔+바캉스)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가 끊긴 상황에서 유일한 활로인 내국인 발길을 잇기 위해 이른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화에 나선 것이다.

아침에 체크인해 저녁에 체크아웃
"딱 12시간 힐링하고 가세요"
/사진=파르나스호텔/사진=파르나스호텔
GS리테일 계열의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객실 패키지로 '하프 데이 스페셜(Half Day Special)'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 이름대로 딱 12시간 동안 반값(8만8000원·세금 포함)에 호텔 객실을 이용하는 객실 패키지인데, 이용 시간대가 다소 독특하다. 평소 특급호텔 체크인·아웃 시간이 오후 3시~익일 오전 11시 정도지만 이 패키지의 투숙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당일 오후 8시까지다.



당초 기업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던 B2B(기업간 거래) 상품이었지만 지난달부터 일반 투숙객도 이용할 수 있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상품으로 전환했다. 안전과 위생 민감도가 높아지고 프라이빗한 힐링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어나자 호텔을 '노는 공간'으로 바꿔 언택트(Untact·비대면) 니치(틈새) 시장을 노린 것이다.

호텔마다 수 많은 콘셉트의 호캉스 상품이 나오긴 했어도 '하룻 밤을 잔다'는 전제조건을 벗어난 적은 없었던 만큼 이례적인 상품이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1박2일의 시간을 보내야한단 부담감 없이 수영장과 피트니스를 이용하며 놀다 갈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자칫 '대실'이란 느낌을 줘 특급호텔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성공적이란 분석이다. 호텔에 따르면 학교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공부하며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강남 지역 부모들 사이에서 이용 문의가 늘고 있다. 하루 연차를 내고 인파 속을 벗어나 홀로 여유를 보내길 원하는 2030 직장인들이 찾는 경우도 많다.


특히 호텔 입장에선 비즈니스 투숙객 비중이 절대적이라 코로나 타격이 여느 호텔보다 컸던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뤘단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호텔 관계자는 "잠을 자지 않고도 가볍게 놀다 가듯 호텔을 즐길 수 있다는 콘텐츠 매력이 통한 것 같다"며 "외국인이나 비즈니스 고객 중심이었던 호텔이라 코로나 피해가 컸지만 이 같은 패키지 상품으로 내국인 고객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하러 특급호텔 갑니다
객실에서 '언택트' 게임대회 열린다
/사진=롯데호텔/사진=롯데호텔
국내 최대 호텔체인 롯데호텔도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브랜드 L7를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만드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그룹 계열사인 롯데홈쇼핑에서 L7 홍대 루프탑을 이원 생중계로 연결해 객실 패키지를 판매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호텔에서 게임 대회를 연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L7호텔 강남은 오는 27일 포트리스M 'L7 GMAE NIGHT'를 개최한다. 해당 패키지 구매 투숙객(100실 한정)을 대상으로 각자 객실에서 모바일 게임인 포트리스M 대회를 진행한다. 8강전부터는 특별 대회장으로 꾸민 4개의 스위트룸에서 CJ ENM의 게임전문채널 OGN이 직접 스트리밍 생중계 할 예정이다.

코로나 사태가 낳은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이 호텔을 '게임의 장'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호텔이란 커다란 시설과 온라인 기술을 결합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며 즐길 수 있는 비대면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투숙 중심의 호캉스에서 콘텐츠 중심의 호캉스로 바뀌면서 관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여가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는 만큼 특급호텔들도 고급 서비스란 기존의 생존방식만으로 버티기 어려워졌다"며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숙박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 외에도 호텔에서만 가능한 즐길거리를 강구하는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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