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철강 최악 지났나…2분기 바닥론 '고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6.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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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철강 최악 지났나…2분기 바닥론 '고개'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을 맞은 정유·철강 업황에 바닥이 보인다. 끝없이 추락하던 핵심 시황 지표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며 수요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24일 철강·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첫주 중국 수입유통 철강재 가격 톤당 60만원으로 전 주 대비 1만원 올랐다. 지난 1월 다섯째 주 64만원을 정점으로 5월 59만원까지 지속적으로 추락한 끝에 이달 들어 첫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철강재 가격은 국내 철강업계 시황의 선행 지표 격으로 통한다. 국내 철강 가격은 전 세계 최대 철강 수요국이자 공급국인 중국의 가격을 대체적으로 추종해서다.

정유업계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은 6월 셋째 주에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셋째주 -1.9달러로 마이너스가 된 후 14주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두 지표 반등의 배경은 수요 회복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로 접어들며 휘발유 등 연료유 수요가 늘었다. 특히 지역봉쇄가 해제된 미국 수요 증가세가 빠르다. 철강재 수요도 회복 국면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바오산강철이 7월분 주요 판재류 출하가격을 올린 것을 비롯해 뉴코어와 아르셀로미탈USA 등 미국 철강업계도 가격을 인상한다.

그간 희망 사항에 그쳤던 '2분기 바닥론'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양 업계에서 코로나19 진정세와 함께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엔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은 나왔지만 누구도 이를 확언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최근 "올 2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있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달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단 지표가 돌아선 것이 확인된 만큼 수요가 다소 회복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3분기 반등은 정유·철강업계에 절실하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제조업종 중에서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는 1분기에만 총 4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냈다. 포스코는 사상 처음 일부 유급휴업에 들어갔고, 현대제철 (31,500원 ▲50 +0.16%)도 15년만에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업계에선 'V자 회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지표 반등세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하며 정제마진이 14주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해도 정유사 손익분기점인 4~5달러와의 격차는 아직 크다. 철강재 가격도 소폭 뛰었지만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V자 회복'을 기대하기엔 반등세가 약한 상황"이라며 "일단 2분기 바닥을 친 다음 3분기 이후 서서히 회복세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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