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찾아간 정의선, 글로벌 배터리업계는 왜 주목하나?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6.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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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LG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LG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주)LG 대표)을 만났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부회장 회동과 마찬가지로 LG화학 (370,500원 ▼8,000 -2.11%) 배터리공장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어 SK이노베이션을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예정이다. 완성차업체와 첨단 배터리(2차전지)업체가 공조하는 미래 모빌리티(운송수단) 방정식 풀기에 그룹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는 양상이다.



22일 현대차그룹과 LG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청주 오창 LG화학 배터리공장을 방문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구 회장과 만나 배터리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오찬을 함께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순수전기차(EV), 개인비행체(PAV)가 세 큰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량을 현대차는 2025년까지 연 56만대로, 기아차는 2026년까지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룹 수소차 생산량은 2025년 연 11만대가 목표다. 여기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중심으로 한 PAV는 2025년부터 서울 상공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향후 3년간 총 9조원을 투입한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근간이 될 동력원이 바로 배터리다. 수소차와 전기차, PAV 셋 모두에 탑재될 수 있다. 게다가 차세대 배터리 격인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될 경우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수 완성차 브랜드들도 배터리업체와 협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CATL, 테슬라의 비호 아래 성장한 파나소닉 등을 제외하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3사는 가장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다. 기술력과 신뢰도,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계획 면에서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LG화학 찾아간 정의선, 글로벌 배터리업계는 왜 주목하나?
배터리업계 입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놓칠 수 없는 수요처다. 그간 현대차에 LG화학이, 기아차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내년부터 본격 적용하고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을 선보이기로 했다. E-GMP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LG화학으로서는 이번 정 수석부회장의 방문이 여러모로 의미 깊다. 현대차와의 JV(조인트벤처) 설립이라는 숙제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과의 JV 설립은 LG화학은 물론 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이노베이션에도 지상과제다. 안정적 공급처 확보는 물론 턱까지 부담이 차오른 배터리설비 투자비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마찬가지로 성사된다면 의미가 크다. 삼성은 삼성SDI를 통해 조만간 현대차 하이브리드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순수전기차용 배터리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전장, 반도체 등 더 큰 시장 협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배터리 협력 면에서도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최대 3조원의 배상금까지 언급되는 SK그룹과 LG그룹 간 배터리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 탈출구가 없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양쪽 입장에 모두 갑(甲)의 위치에 있는 정 수석부회장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수석부회장의 LG화학 방문에는 현대차그룹 측에서 알버트 비어만 개발담당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동행했다.

LG 측에서는 구 회장과 함께 권영수 (주)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현대차그룹 일행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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