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LG그룹
정 수석부회장은 이어 SK이노베이션을 보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날 예정이다. 완성차업체와 첨단 배터리(2차전지)업체가 공조하는 미래 모빌리티(운송수단) 방정식 풀기에 그룹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와 순수전기차(EV), 개인비행체(PAV)가 세 큰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향후 3년간 총 9조원을 투입한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근간이 될 동력원이 바로 배터리다. 수소차와 전기차, PAV 셋 모두에 탑재될 수 있다. 게다가 차세대 배터리 격인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될 경우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유수 완성차 브랜드들도 배터리업체와 협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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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CATL, 테슬라의 비호 아래 성장한 파나소닉 등을 제외하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3사는 가장 매력적인 협력 대상이다. 기술력과 신뢰도,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계획 면에서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E-GMP를 내년부터 본격 적용하고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을 선보이기로 했다. E-GMP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LG화학으로서는 이번 정 수석부회장의 방문이 여러모로 의미 깊다. 현대차와의 JV(조인트벤처) 설립이라는 숙제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과의 JV 설립은 LG화학은 물론 기아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SK이노베이션에도 지상과제다. 안정적 공급처 확보는 물론 턱까지 부담이 차오른 배터리설비 투자비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마찬가지로 성사된다면 의미가 크다. 삼성은 삼성SDI를 통해 조만간 현대차 하이브리드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순수전기차용 배터리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전장, 반도체 등 더 큰 시장 협력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배터리 협력 면에서도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최대 3조원의 배상금까지 언급되는 SK그룹과 LG그룹 간 배터리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 탈출구가 없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양쪽 입장에 모두 갑(甲)의 위치에 있는 정 수석부회장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 수석부회장의 LG화학 방문에는 현대차그룹 측에서 알버트 비어만 개발담당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동행했다.
LG 측에서는 구 회장과 함께 권영수 (주)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현대차그룹 일행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