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tvN 새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극본 조용)에서 고문영(서예지)은 문강태(김수현)에게 한 말이다. 대중에게 늘 만족감을 주던 배우 김수현은 극중에서도, 실제로도 ‘안전핀’이다. 적어도 혹평 일색이던 영화 ‘리얼’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 그가 제대 이후 숙고 끝에 고른 작품이자, 5년만 안방극장 복귀작인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대중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은 ‘리얼’의 하락세의 기운이 김수현의 주종목인 드라마 작품에까지 이어질지, 혹은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아성을 되찾고 본인의 이름값을 다시 증명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 시청자들은 ‘김수현픽’을 이대로 쭉 믿고 가면 될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사이코’적인 인물의 동화같은 로코라니. 김수현의 팬이라면 이 정체불명의 차기작을 선택한 것에 대한 은근한 불안과 의아함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김수현은 제대로 ‘김수현’했다. 오히려 그의 연기는 더욱 안정되고 발전된 형태를 띠며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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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은 매번 시청자들을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감정선 앞으로 데려다놓곤 했다. 배우 김수현을 지우고, 극의 캐릭터 자체에만 오롯이 몰입하게끔 만드는 능력은, 이 배우가 가진 가장 좋은 무기이자 힘이다. 데뷔작 KBS2 ‘드림하이(2011)’에서는 아이돌 연기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도 송삼동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청소년 성장드라마의 구태의연함에 신선함을 더했다. MBC ‘해를 품은 달(2012)'의 이훤으로는 디테일한 감정표현의 진수를 선보였다. SBS ‘별에서 온 그대(2013)’ 도민준은 김수현 표 판타지의 정점. 어린 외모를 지녔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낸 이의 성숙함을 제대로 표현했고, 판타지적인 인물이지만 현실 남자의 특징까지 모두 응축한 듯한 그의 연기는 ‘외계인’이라는 캐릭터의 속성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어리숙하고 우유부단한 방송국 막내 PD로 분한 KBS2 ‘프로듀사(2015)’에서의 연기는 반전적이고, 신선했다. 스크린 데뷔작 ‘도둑들(2012)’과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에서도 그는 마치 만화 속에 뛰어 들어간 현실의 인물인 것처럼, 복합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무작정 강하기만 하고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기보단 자신의 캐릭터의 감정선을 단단하게 구축한 채, 맞붙은 캐릭터의 개성이나 감정에 따라 완급조절을 잘 한 덕에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순간엔 불붙은 듯 날카로운 연기로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는 그의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하는 캐릭터가 의외성을 띤다는 것도, 새로운 장르적 선택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점도 김수현의 매력. 그가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어느 하나 겹치는 것이 없다. 판타지 장르건 현실 장르건, 배경이 조선이건 현재이건, 남한 사람이건 북한 사람이건 그는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배우적 역량을 자랑해왔다. 연기는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도 탁월한 안목을 보여줬고, 늘 만족감을 선사하던 그이기에 가장 의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 영화 ‘리얼(2017)’의 흥행 참패와 부족한 작품성은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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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어떨까. 2화까지의 시청자 반응은 아직은 엇갈리는 모양새. 현란한 그래픽이 몰입을 해치고 스토리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진다는 반응과 독특한 장면 전환, 동화적인 대사와 어두운 에피소드의 조합이 신선했다고 하는 반응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시청률 또한 1화 평균 6.1%에서 2화 4.7%(닐슨코리아 기준)로 1.4%P 하락한 상황. 김수현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늘 대중이 그를 믿고 따라가게끔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그는 특유의 매력과 연기력으로 이 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를 잘 설득해낼 수 있을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단순 ‘복귀작’이 아닌 ‘흥행작’으로, 또 하나의 레전드작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혜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