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다시 줄섰다고 기뻐 마라" 판 바꾸는 패션업체들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6.2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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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오프라인 강자 몰락… 온라인·라운지웨어 집중한 업체는 매출↑

20일(현지시간) 런던 동쪽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서 사람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줄서있다. 쇼핑센터 등 비필수사업장들은 3개월간 봉쇄조치로 영업을 하지 못했으며, 이날은 영국 정부가 비필수사업장에 봉쇄해제 조치를 내린 이후 맞은 첫번째 토요일이었다./사진=AFP20일(현지시간) 런던 동쪽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에서 사람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줄서있다. 쇼핑센터 등 비필수사업장들은 3개월간 봉쇄조치로 영업을 하지 못했으며, 이날은 영국 정부가 비필수사업장에 봉쇄해제 조치를 내린 이후 맞은 첫번째 토요일이었다./사진=AFP


"봉쇄조치 해제 이후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억눌린 소비 욕구가 분출하나 싶지만, 패션·유통업은 본질적으로 고액의 소비지출 및 여행과 함께 성장해온 산업이다."



20일(각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패션·유통업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고 있지만 '위기 탈출'이 쉽지만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코로나19로 막대한 충격을 입은 패션·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온라인 전환 등 새 전략을 짜고 있는 현 주소도 소개했다.

미국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올해 2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DVF 2020 어워드. 왼쪽부터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DVF CEO, 루스 베이더 갱스부르 미 대법관, 리아 토바코 바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영부인, 모델 칼리 클로스./사진=AFP  미국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올해 2월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DVF 2020 어워드. 왼쪽부터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DVF CEO, 루스 베이더 갱스부르 미 대법관, 리아 토바코 바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영부인, 모델 칼리 클로스./사진=AFP
매킨지 "2조5000억달러 패션업 올해 매출 30% 위축"
뉴욕에 본사를 둔 DVF(다이앤본퍼스텐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업계 사멸' 수준의 위기라는 점을 직감했다. 봉쇄조치로 미국 전역에 있는 상점들이 폐쇄됐고, DVF를 상징하는 랩드레스 주문들은 취소되기 시작했다. 재고는 쌓여있지만 주문은 이뤄지지 않아 현금유동성 위기가 닥쳤고 회사 전체 혹은 부분 매각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결국 퍼스텐버그 CEO는 뉴욕시 미트패킹지구 지점 1곳을 빼고 모두 문을 닫았으며, 대부분 직원들을 해고했다. 판매의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중국은 기존 프랜차이즈 계약한 30곳 매장들이 있어서 오프라인 판매를 유지키로 했다. 그는 "코로나로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새로 짜게 됐다. 어렵지만, 지금이 어려운 시기의 시작"이라고 했다.

유럽 각국은 약 3개월간의 엄격한 봉쇄를 끝내고 단계적 봉쇄 해제에 나서면서 억눌린 소비욕구의 분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주말 영국의 프리마크(Primark) 매장과 쇼핑센터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은 3월 중순 봉쇄조치 이후 백화점 데번햄스와 오아시스, 오로라, 로라애슐리, 캐스키드스턴, 몬순 등 패션 브랜드들이 매장 일부를 영구적으로 폐쇄하는 등 '관리'에 들어갔다.

FT는 "글로벌 공급망, 자유재량의 쇼핑, 여행, 오프라인 상점 등 패션·유통산업 환경은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매킨지는 2조5000억달러(3023조원) 규모의 글로벌 패션산업이 올해 전년대비 27~30% 위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션, 액세서리, 시계, 보석 등 개인 럭셔리 시장의 타격은 더욱 커 매출이 전년대비 35~39%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크루/사진=AFP제이크루/사진=AFP
美 대표 브랜드는 "파산보호", 자라는 매장 축소
FT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의 소비 성향은 '간결한 게 더 낫다(less-is-more)'로 바뀌고 있고 브랜드들도 이에 적응중"이라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요가팬츠, 라운지웨어(집에서 편히 입는 옷), 트레이닝복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줌 화상회의로 파워런치(power lunch·회의를 겸한 회사 중역과의 점심식사)가 늘어나면 이같은 캐주얼 선호 트렌드 역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형 백화점 체인인 니만마커스(버그도프굿맨 포함), JC페니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제이크루, 존바바토스, 트루릴리전과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토미힐피거를 소유한 PVH 코퍼레이션과 갭은 각각 1분기에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스페인 자라는 최근 세계 1200곳의 매장 문을 닫기로 한 반면, 1분기 온라인 판매는 전년동기보다 50% 증가했다. 자라를 소유한 인디텍스는 2022년 전체 매출의 25% 이상이 온라인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 비중은 14%였다.

고액 소비·해외여행 감소로 명품 브랜드 '타격'
FT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는 매출의 95%가 오프라인에서 발생,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이 컸다. 전염병은 고액을 지출하는 명품 쇼핑객들에게 심리적 타격을 줬으며, 이 부문 성장의 핵심요인인 해외 여행도 격감시켰다.

루이비통 등을 모회사로 하는 LVMH, 케링, 샤넬, 에르메스 등은 견딜만 하지만, 자체적인 매장 네트워크가 없는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와 살바토레 페라가모, 버버리 등 부채가 있는 회사는 타격이 크다.

영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부후'의 포털화면/사진=AFP영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부후'의 포털화면/사진=AFP
변화는 인생의 법칙! 온라인·라운지웨어 전환한 회사 매출 쑥↑
온라인에 중점을 둔 회사는 오히려 코로나19에 득을 봤다.

영국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부후(Boohoo)는 지난 5월 부실자산 인수를 위해 2억파운드를 모금했고, 코로나19에 맞춰 실내 중심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강화했다. 최근 브랜드 오아시스 및 웨어하우스를 525만파운드(78억원)에 인수하고, 프리티리틀씽의 지분 34%를 인수했다.

부후는 새 브랜드들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됨에 따라 올해 매출액이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망의 절반 이상이 영국에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온라인 편집숍 마이테레사닷컴의 마이클 클라이거 CEO는 "봉쇄 기간 동안 매출이 줄었지만 한국, 중국, 대만에서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쇼핑앱 디팝은 지난 4월부터 전세계적으로 사용량이 150% 증가하는 등 전년대비 3배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온라인 전환의 예외는 있다. 캐시미어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회사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약 2000명의 직원을 감원하지 않고 이번 위기를 버티고 있으며, 이미 중국에서 소비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샤넬 역시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을 제외한 럭셔리 제품을 온라인으로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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