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원칙 어겼다" 맹공…조국 vs 김태우 '법정 전쟁'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안채원 기자 2020.06.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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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무마'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감찰 수사관)의 증인신문 일정이 오는 7월 10일 오후 3시로 연기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법정에 출석하면서 김 전 수사관을 겨냥해 "원칙을 어긴 사람"이라고 작심 비판하면서 이들의 법정 만남이 주목됐지만, 당분간 미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법정 밖'에서 이미 시작됐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6.19/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6.19/뉴스1


'법정 밖 싸움' 조국vs김태우 "원칙 어긴 것은 상대방"
선방을 날린 건 조 전 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9시28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김 전 수사관을 겨냥해 "대통령 비서실 원칙을 어긴 사람"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은 "현행 대통령 비서실 특별감찰반은 과거 이른바 사직동팀의 권한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대통령 비서실 직제 제7조는 첫째 감찰 대상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둘째 감찰 행위는 비강제적 방법으로 첩보수집을 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재수 사건과 관련해 원칙에 맞게 처리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조 전 장관은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내부 감찰을 통해 비위가 확인돼 징계 및 수사 의뢰됐고 이후 대검에서 해임돼 기소까지 이뤄졌다"면서 "지난해 1월에는 저를 유재수 사건으로 고발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는 통합당 후보로 출마까지 했다"면서 "김 전 수사관의 고발을 기화로 검찰은 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 지난해 하반기 전격 수사를 확대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취임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강화하는 등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전 수사관은 "(오히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은 조국"이라며 맞받아쳤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오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관련 재판을 받기 위해 수원지법에 출석하면서 "유재수 감찰을 해야 하는데 무마했지 않냐. 그것이야 말로 감찰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수사관은 "나는 16개월간 매일 1건 이상씩, 백수십 건의 보고서를 올렸고 그 수많은 감찰 보고서를 받아 본 사람은 조국"이라며 "조국의 승인 내지 지시가 있어서 특감반에서 업무를 했는데, 그렇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은'지시를 누가 한 것이겠냐"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원칙을 어겼다는 말은 조국 본인에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 김 전 수사관을 두고 검찰과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향후 증인신문에서 김 전 수사관을 상대로 '감찰 무마'가 당시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내용과 과정을 추궁할 계획이다. 반면 조 전 장관측은 김 전 수사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정수석 권한 내 지시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할 전망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지난 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강서을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지난 2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제21대 총선 미래통합당 강서을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김태우 누구? 민간인 사찰·환경부 블랙리스트·유재수 의혹 폭로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수뢰 의혹을 받은 것과 관련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이 3개월여만에 중단됐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유재수 의혹 등 3대 의혹이 모두 그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김 전 수사관은 2018년 12월 14일 "친여 고위 인사에 대한 민감한 첩보를 작성했다가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내용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러시아 대사에 임명됐다고 비판했다. 당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은 같은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며 개인비리로 일축했다. 특히 "사태의 핵심은 김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데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전 수사관은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골프 등 접대를 받고 공사 수주 등 대가를 제공하는 등 비위가 불거져 청와대 내부 감찰을 받은 후 쫓겨났다.

이후에도 추가폭로와 고발, 맞고발이 이어졌는데 지난해 1월 나온게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첩보 묵살 의혹이다. 김 전 수사관은 2019년 2월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할때 수사 상황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7년 하반기 유재수 전 국장의 비위첩보를 입수해 휴대폰을 감찰하는 등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윗선 지시로 무마됐다는 걸 알았다"고도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조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밖에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과 관련,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6.19/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에 관한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6.19/뉴스1
"증인 상당수가 검사…조심스러운 잣대 필요"
이날 재판에서는 조국 재판부가 증인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기 전에 검찰을 방문해 진술조서를 확인하는 절차와 관련해 검찰측에 "자칫 회유로 비쳐질 수 있다"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또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의 증인 상당수가 검찰 수사관이라는 점에서 '검찰개혁 보복성 수사'라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3차 공판기일에서 "여타 일반 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은 더욱 매우 조심스러운 잣대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리 재판장은 "일반 증인에 대해 (검찰이) 사전에 면담을 거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특수성이 있다"면서 "검사가 신청한 증인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검사 또는 수사관으로 장기간 재직했거나 재직중인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번 수사를)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다른 사건과 달리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측은 "재판장 말씀에 공감하고 유념하겠다"면서도 "증인신문 전 증인이 검사를 면담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있다. 형사소송법 규칙에 증인 출석의무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재판장은 "알겠다. 나중에 문제가 된다면 검토하겠다"면서 "신빙성의 문제가 있으므로 유념하실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 앞선 증인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감찰 무마'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재차 내놨다.

김모씨는 "유 전 시장이 특정 업체에 골프채와 골프빌리지 이용권, 숙박시설 등을 능동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보고 '이것만 가지고도 중징계'라는 느낌이 왔다"면서 "능동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행태라 소명이 필요하다 봤고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고 했다.

또 감찰 중단 지시가 내려왔을때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해도 되는 건가, 사건을 이런 식으로 접는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도 했다. 다만 감찰 중단 지시를 직접 받지 않았고, 감찰과정에서 외부 압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직접 듣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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