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이다' 공격 나선 추미애…대검 "법적 문제없어"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06.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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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한명숙 사건' 진정 재배당 마찰… "검찰총장무리한 권한 행사" vs "법무부가 외압 행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법무부가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 관련 진정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보낸 것을 '편법'이라고 밝힌 가운데 대검은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미애 '편법' 논란에 검찰은 "법에 따랐을 뿐"
앞서 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하는 것을 두고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문제인 것처럼 변질시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법무부가 감찰 사안이라고 판단해 대검 감찰부로 이송한 것을 검찰총장이 다시 일선 청에 내려보낸 것은 잘못이라는 뜻이다.



대검은 이같은 지적에 법령상 사건 배당은 검찰총장에게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이 대검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해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사건 배당 또한 검찰총장이 전권을 갖는다는 것이 대검 측 주장이다.

이같은 법률이 있기에 추 장관도 18일 국회에서 "총장의 월권이냐 따진다면 굳이 월권이나 법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추 장관은 "법무부가 이송을 해 이미 감찰부에 가 있는 사건을 재배당 형식을 취해 인권감독관으로 내려 보내는 과정 중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은 확인되고 있어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위법은 아니지만 편볍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추 장관이 편법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취한 데는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가 가지고 있던 진정서 원본이 아닌 사본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내려보낸 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 감찰부가 원본을 보내라는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자 사본을 만들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시킨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감찰부와 의견 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편법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대검 측은 감찰부에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따르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본을 만들어 접수한 것이 이례적인 게 아니라 원본을 보내라는 검찰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대검 감찰부 또한 독립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직제상 대검 소속인데도 검찰총장 지시에 불복한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일선 청에서 기관장이 사건을 타 부서로 보내라고 했을 때 원본을 보내기 싫다며 거절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추미애 "대검 감찰부가 직접 참고인 조사하라"
다툼이 계속되자 추 장관은 18일 저녁 대검 감찰부에서 한 전 총리 사건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경과를 보고받아 수사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받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수사 지시다.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대검 감찰부가 감찰·수사하는 경우엔 적극 협력하겠다는 중요 참고인의 입장이 공개됐다"며 "법무부 장관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해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지시는 법무부 감찰규정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의 지시는 대검 감찰부가 18일 밝힌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 감찰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 필요성 등에 비추어 대검 감찰부에서 민원인 조사 등 향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부는 법무부로부터 진정서을 넘겨받은 뒤 한달 넘도록 조사 착수 전 기초 자료 수집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의 이같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처음부터 감찰부 소관 사항이 아니기도 할 뿐더러 감찰 착수 보고도 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부터 착수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감찰 업무에 담당했던 한 검사는 "감찰은 수사보다도 더욱 착수가 어렵다. 기초 사실 조사 등을 통해 감찰 필요성을 확인한 뒤 이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재가가 나야 감찰에 착수할 수 있다"면서 "감찰부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것도 감찰 과정에서 명백한 혐의점이 드러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검은 아직까지 추 장관 지시사항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스1


"검찰총장의 무리한 권한 행사" vs "법무부가 외압 행사"
이처럼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에서는 검찰총장이 무리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등을 거쳐 감찰 사안이라고 판단돼 소관부서인 감찰부로 내려온 사건을 검찰총장이 굳이 재배당하는 것은 권한 남용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18일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위원은 이번 사건을 '감찰무마'로 규정지으며 "법에도 없고 직제에도 없는 비직제기구인 인권감독관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지휘권과 무관한 남용이 아닌가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감찰무마 사건으로 별건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에 추 장관도 "논란에 대해 이틀 전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별건이 발생했다고 심각하게 보고있고 조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동조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찰결과를 받아보고 징계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인 법무부에서 소속기관에 감찰을 지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감찰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법무부가 직접 감찰을 지시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마치 유무죄 판단을 하는 법원이 검찰에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무부가 대검에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도록 하면서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인데 법무부 장관이 이를 무시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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