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로즈 장학재단 설립자 '제국주의자'라며 동상 철거위기

뉴스1 제공 2020.06.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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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하라: 제국주의자이자 인종차별주의의 상징 없애야
보존하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고 숨기면 안 돼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의 세실 로즈 동상. © 로이터=뉴스1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의 세실 로즈 동상.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영국의 유서 갚은 명문 옥스퍼드대학에서 이 대학 출신인 한 유명인사의 동상을 놓고 보존하느냐 철거하느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는 세실 로즈(1853~1902)의 동상 철거 문제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이사회는 철거를 권고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규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 아직 즉각적인 철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실 로즈 동상 철거 시위. © 로이터=뉴스1세실 로즈 동상 철거 시위. © 로이터=뉴스1
◇ 제국주의자 동상 철거해야: '로즈 머스트 폴'(Rhodes Must Fall, 로즈 동상이 철거돼야 한다는 집단) 운동가들은 이 동상이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상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오리엘 칼리지 이사회는 이번 철거 권고 결정이 "사려 깊은 논의와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 도달한 것"이라며 "이 결정이 영국과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완전한 인식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로즈는 19세기 후반 대영제국 시절 해외 식민지 정책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전형적인 이 시대의 제국주의자이며 백인 우월주의자였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도 그가 남긴 유산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남아프리카로 건너가 다이아몬드와 금광을 개발하고 전신과 철도 사업을 벌이며 남아프리카 경제계를 주무르며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이후 정계로 진출해 케이프주 식민지 총독을 지냈다.

그가 정복한 중앙아프리카 지역은 한때 그의 이름을 따 로디지아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의 짐바브웨가 1980년 4월 개명하기 전 국가명이다.

그는 성공한 후 자신이 졸업한 오리엘 칼리지에도 거금을 쾌척해 그를 기리는 장학금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로즈 장학금'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등이 바로 이 '로즈 장학금'의 수혜자들이다.

세실 로즈 동상 철거 시위. © 로이터=뉴스1세실 로즈 동상 철거 시위. © 로이터=뉴스1
◇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하고 보존해야 : 로즈 동상의 운명은 여전히 분분하다. 벨 리베이로-애디 노동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철거 권고는 옳은 결정"이라며 "로즈와 같은 인물들을 끌어내려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반면 대니얼 한난 전 보수당 하원의원은 "로즈의 관대함 덕분에 수많은 청년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며 "기부자를 이런 식으로 대우한다면 누가 기부를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루이즈 리처드슨 옥스퍼드대 부총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상 철거에 반대하며 과거를 지켜야 한다"며 "우리의 역사를 숨기는 것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적 상황과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며 당시 사람들의 믿음과 신념이 형성된 이유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부총장은 "옥스퍼드 대학의 900년 역사 동안 800년간은 여성의 교육이 필요 없다는 사람들이 운영했다"며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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