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CB발행 후폭풍, 물량 폭탄 쏟아진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0.06.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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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코스닥시장에서 CB(전환사채) 발행이 폭증한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종전 발행주식 총수 대비 10% 이상 주식이 늘어난 곳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주주 지배권마저 흔들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등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포티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지난해 말 9910만여주에서 올해 들어서만 7533만여주가 늘어 1억7440만주가 됐다. 2018년 이후 4회에 걸쳐 발행한 600억원 상당의 CB의 전환청구권이 올해 들어 대거 행사된 탓이다.

과도한 CB발행 후폭풍, 물량 폭탄 쏟아진다


2006년 9월 설립된 포티스는 2015년 7월 처음으로 CB를 발행한 이후 지난해까지 23회에 걸쳐 총 1420억원 가량의 CB를 발행해왔다. 2017년 6월부터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1분기 말 기준으로 포티스 발행주식 총수는 2444만7000여주였는데 당시 10%(244만4700여주)를 보유한 주주가 이후 추가매수를 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해당 주주의 현재 지분율은 1.4%로 확 줄어든다. 발행주식 수가 7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개인 및 저축은행 등이 장내외 거래를 통해 CB를 사고팔면서 지분변동 공시만 수십 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3월에는 23%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이노그로스가 지분 전부를 장내매각 했음에도 포티스는 "변경된 최대주주를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최근 포티스가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확인한 최대주주는 글로벌 IB(투자은행)인 CS(크레디트스위스)였는데 CS의 보유 지분율은 단 0.8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최대주주가 누군지 파악하는 데에 3개월이 걸릴 정도로 주주구성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포티스뿐 아니라 올해 들어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전년말 대비 주식 수가 10% 이상 늘어난 기업만 33곳에 이른다. 포티스를 비롯해 발행주식 수가 30% 이상 늘어난 곳만 10곳에 달한다. 스테인레스 강관사업 등을 영위하는 코센도 지난해 말 7028만여주였는데 이달까지 행사된 물량이 모두 상장될 경우 주식 수는 1억1500만여주(+64.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류AI센터(+49.1%, 이하 전년말 대비 주식수 증가율) 상상인인더스트리(+47.5%) 세미콘라이트(+47.1%) 비디아이(+46.2%) 이에스브이(+42.5%) 블러썸엠앤씨(+35.7%) 등도 올해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식 수가 대폭 늘어났거나 늘어날 예정인 종목들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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