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장갑' 만드는 금호석유화학, 10년만에 '최대 실적' 보인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6.19 05:30
글자크기
'의사 장갑' 만드는 금호석유화학, 10년만에 '최대 실적' 보인다


금호석유 (128,600원 ▼1,600 -1.23%)화학이 코로나19(COVID19) 사태에도 불구, 최근 10년 만에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합성고무와 페놀유도체 사업의 내실을 다져 일찌감치 방역 관련 소재 생산 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다. 석유화학 부문 한 우물을 판 박찬구 회장의 내실경영이 위기에 더욱 빛을 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난 4081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수요 위축 탓에 석유화학 업종이 대부분 부진한 가운데 금호석유화학만 나홀로 '짬짝 실적'을 올린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도 컨센서스였던 848억원을 크게 웃도는 1331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최근 10년 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5780억원으로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호조는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더욱 강해지는 생산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합성고무 사업부문을 통해 'NB라텍스(Nitrile Butadiene Latex)'를 생산하는데 이는 의료용 고무장갑의 주 소재로 쓰인다. 코로나 19로 수요가 폭증한 바로 그 제품이다.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에서 생산하는 페놀유도체도 코로나로 수요가 급증했다. 페놀과 아세톤, 비스페놀A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아세톤은 손 소독제의 원재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유가 하락까지 겹쳐 대부분의 화학제품 가격이 급락한 와중에도 아세톤만큼은 가격이 되레 더 뛰었다.

이 같은 생산체제 구축은 화학 사업의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수익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호석유화학은 2016년 생산라인 일부를 NB라텍스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이 설비를 추가로 증설했다. 페놀유도체 시황 약진이 예고된 2018년에는 당초 신일본제철화학과의 합작사로 출발한 금호피앤비화학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무리한 확장을 최소화하고 가장 잘하는 석유화학 본질에 주력한 것은 2015년 금호가(家) 계열 분리 후에 더 빛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NB라텍스나 아세톤 사업에 치중한 것도 석유화학 본업에서 내실을 더 다지자는 박 회장의 용단이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수익성이 우려됐던 범용 합성고무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NB라텍스로 재빨리 전환한 게 신의 한수"라며 "질병 발생률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 수요처가 풍부해 코로나 이후에도 NB라텍스와 아세톤 수요는 계속 고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