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대비"…'외형확대' 대신 '내실' 택한 우리금융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6.22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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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 대비"…'외형확대' 대신 '내실' 택한 우리금융


지주사 전환 2년 차를 맞은 우리금융그룹이 '외형확대'보단 '내실다지기'에 집중한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과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피해기업 금융지원에 우선순위를 두는 동시에 자본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21일 IB(투자은행)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 계획을 1년 뒤로 미뤘다.



앞서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6월 '웰투시3호' 사모펀드를 통해 아주캐피탈 지분 약 74%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주사 전환 전이었던 당시 우리은행은 이 펀드의 지분 49%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고, 나머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확보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올해 상반기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아주캐피탈 인수를 완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달로 펀드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2일 우리금융 등 출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펀드 만기를 1년 연장키로 했고, 우리금융이 가지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 유효기간도 내년으로 늦춰졌다.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 인수에서 한발짝 후퇴한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되는 하반기부터 대출 폭증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국내 은행의 대손비용이 지난해(1조6000억원)보다 최대 1조5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룹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섰다. 5월 말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각각 18조8631억원, 87조2377억원으로 전년 말 보다 각각 3조8713억원(25.8%), 5조1450억원(6.3%) 증가했다.


이에 따라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난 우리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은 경쟁은행 대비 최하 수준인 14.8%(1분기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우리금융이 얼마 전 우리은행에 1조원의 실탄을 공급한 까닭이기도 하다.

게다가 하반기부터는 대출 자산에 대한 연체율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 자본 건전성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실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당분간은 무리한 외형확장보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와도 궤를 같이한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감독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금융사들을 향해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충당금과 내부 유보를 늘리는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외형확대 자제 기조가 내부등급법 승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등급법이란 금융사의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이용해 위험가중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적게 반영돼 BIS비율이 올라간다.

현재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고 있는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승인 절차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자 2단계로 나눠 받는 방안을 당국과 협의 하에 추진 중이다. 가계와 개인 사업자에 대한 부분을 우선 승인받고, 대기업 등 나머지 부분은 추후에 받는 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승인의 키를 쥔 금감원의 외형확대 자제 요구를 우리금융이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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