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절차 타령 부산은행, 고객 신뢰는?

뉴스1 제공 2020.06.18 10:50
글자크기
© 뉴스1© 뉴스1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부산은행이 구설에 올랐다. "부산은행을 믿고 돈을 맡겨도 되나?"라는 근본적 신뢰의 문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5일 부산 남구 용호동 GS하이츠자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신임 회장 A씨가 부산은행 W스퀘어 지점을 방문했다. 이 지점은 이 아파트와 10년 넘게 거래한 주거래 은행이다.



A씨는 13억여원이 든 아파트 관리비 통장을 분실했다며 통장을 재발급 받았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통장은 분실되지도 않았고(뉴스1 6월12일 보도) 재발급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A씨의 통장 재발급은 아파트 내부갈등 때문이었다. 직전 회장과 관리사무소가 신임회장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A씨를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자 A씨가 회장 자격으로 통장 재발급을 받은 것이다.



부산은행이 구설수에 오른 이유는 통장 재발급 과정에서 보인 업무처리 방식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아파트 관리비통장의 관리권자는 관리소장이다. 이 법은 또 관리소장 개인이 통장을 관리할 경우 생길 수있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입대의 회장과 공동 관리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금까지 입대의 회장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관리소장과 입대의 회장 공동인감을 등록해 관리해왔다. 공적 성격을 띈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양측의 인감이 모두 필요하도록 안전장치를 둔 셈이다.


그런데 부산은행은 관리소장 없이 혼자 온 A씨에게 통장 분실신고 처리 후 재발급까지 해줘버렸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가 보관 중이던 기존 통장은 못쓰게 돼버렸고 아파트 전체 회계업무가 일시에 마비됐다.

아파트가 발칵 뒤집힌데 대해 부산은행의 공식 해명의 요지는 이렇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우리랑 상관없다. 명의자인 A씨가 구청과 세무서에서 발급한 신임회장 증명서류를 제시했기에 절차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이렇다. "부산은행은 10년이상 거래해온 주거래은행이다. 1100세대 주민 돈 13억원이 입금된 통장이 분실됐다고 했으면 관리사무소에 확인전화 한통 할 수도 없었느냐?"

"기존 통장은 관리소장과 회장 공동인감이 찍혀있다. 그렇다면 이 2명이 같이 분실신고와 재발급 신청을 하지 않은데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한 입주민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만, 만약 A씨가 13억원을 개인적으로 인출해가도 은행은 '네, 법상 문제없습니다' 라고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은행에 대한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주민들은 법 이전에 은행의 상식을 요구했고, 부산은행은 법만 들먹이며 이 상식을 뭉갠 것이다. 주민들에게 사과는커녕 해명조차 않고 있다.

부산은행은 불과 얼마 전 은행장과 부행장 등 전현직 임직원이 대거 재판에 넘겨지는 금융비리 직격탄을 맞았다. 주가조작, 뇌물, 공무원 자녀 부정채용 등 밝혀진 범죄만 봐도 매우 악질적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은행장 출신인 전 BNK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형을 확정하기도 했다.

빈대인 은행장은 2017년 신임 은행장에 취임할 당시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은행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밝혔다.

빈 은행장이 법만 내세우며 상식 밖의 업무처리로 고객의 신뢰에 금을 가게 만든 직원들의 행태를 보고나 받았는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