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마켓에서 '흑인 얼굴 로고'가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6.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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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커, '앤트 제미마' 브랜드와 흑인 여성 로고 없애기로…"정형화된 인종주의 없애겠다" 선언

앤트 제미마. /사진=AFP앤트 제미마. /사진=AFP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래도록 당연시돼 온 흑인에 대한 이미지를 이용해 온 전통 브랜드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얼굴과 이름을 빼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펩시코의 자회사인 퀘이커 오츠 컴퍼니(이하 퀘이커)가 팬케이크, 시럽 브랜드 '앤트 제미마'와 로고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 로고와 브랜드 명칭은 올 가을쯤 나올 예정이다.



퀘이커는 이 브랜드의 로고에 담긴 이미지가 정형화된 인종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인종적 평등을 향해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일하면서 우리의 다양한 브랜드가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앤트 제미마는 131년 전통의 아침식사 제품 브랜드다. 제품 겉 포장에는 머리 스카프를 두른 중년의 흑인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앤트 제미마라는 브랜드는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란 노래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이 노래는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노래를 부르는 공연인 '민스트럴 쇼'의 전형적인 흑인 유모(mammy·매미) 캐릭터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다.



'매미'는 당시 남부의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을 하는 흑인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호칭이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스칼릿을 도와주는 하녀의 이름도 매미였다. 최근 이 영화는 흑백 인종 차별을 미화했다는 논란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 방영 가능 작품 목록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페리스주립대의 데이비드 필그림 박사는 "앤트 제미마 등과 같은 상업적 이미지는 흑인들을 백인을 섬기는 것을 기뻐하는 일차원적인 하인으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엉클 벤스. /사진=AFP엉클 벤스. /사진=AFP

흑인 이미지를 제품에서 없애겠다는 기업은 이뿐 아니다. 쌀 가공식품 등을 제조하는 브랜드 '엉클 벤스'(Uncle Ben's)를 소유한 마스도 이날 "지금이 바로 시각적 브랜드 정체성을 포함한 엉클 벤스의 브랜드를 진화시킬 때"라며 변화를 약속했다. 엉클 벤스는 1946년부터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로고로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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