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쌍용차 노사에 "돈만으로 기업 살릴 수 없다" 일침(상보)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이학렬 기자 2020.06.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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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논의하자는 HDC현산엔 "연애편지도 아니고 만나자"

이동걸 산은 회장이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은이동걸 산은 회장이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7일 존폐위기에 내몰린 쌍용자동차 노사를 향해 “돈만으로는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사업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자구노력 없는 지원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재논의를 서면으로 진행하자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선 “60년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편지를 하냐, 만나서 얘기하면 되지"라며 "서면은 진지한 논의를 하기엔 제한이 있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회장은 “옛말에 ‘생즉필사 사즉필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전히 쌍용차 노사는 살려고만 할 뿐”이라면서 “이런 상태에서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다양한 자료와 검토 보고서를 놓고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 생존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노사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쌍용차 본사 전경. /사진제공=쌍용차쌍용차 본사 전경. /사진제공=쌍용차
이에 덧붙여 간담회에 참석한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지원 여부에 대해 “회사의 지속 가능성, 형평성 등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대주주 마힌드라를 통한 외국계 차입금 중 빠르게는 6월 말 만기 도래 자금의 연장이 시급해 추진 중이고, 다음달 만기인 산은 차입금 900억원도 만기 연장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은도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고민스럽지만, 적어도 기존에 나간 자금을 당장 회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살리려 1.7조 지원하는데…현산 “동의 안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오른쪽)/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오른쪽)/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재논의를 서면으로 진행하자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서 “우리는 현산을 아직 신뢰하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현산도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환경이 바뀐 만큼 믿고 얘기하면 많은 것을 풀고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산이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한 여러 이슈에 대해 “산은의 답변과 함께 의문이 드는 부분까지 담긴 ‘재질의’ 공문을 보냈다”고 소개하며,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현산은 아시아나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고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4월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지원 관련해 현산 동의없이 아시아나 이사회가 차입을 승인했다고 반발했다.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자료를 제공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산은은 채권단 지원과 관련해 “아시아나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영구채 지원을 위한 정관 변경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 관련 사전동의에 대해서도 “이번 지원이 코로나19로 계속기업 유지를 위한 채권단의 필수조치임에도 현산이 인수확정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채 부채증가 우려, 자료부족, 채권단 영구채의 주식전환 시 현산의 경영권 지분의 변동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 등의 사유로 부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가 당장 망하게 생겼는데, 현산이 경영권 지분 변동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비판이다.

부채 증가는 회계기준 변경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말 부채는 같은 해 6월말 대비 2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현금흐름과 무관한 장부상 부채증가였다. 또 업황부진에 따라 차입금이 4000억원 늘었다. 아울러 현산은 채권단이 지원을 결정한 1조7000억원을 모두 부채 증가로 봤지만, 이는 한도성 여신으로 5월 말까지 지원액은 5000억원이며 다른 부채 상환에도 사용돼 차입금 순증이 아니란 게 산은의 설명이다.

산은은 또 외부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부정적 의견 표명은 “재무제표의 신뢰성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으며, “아시아나 본사에 상주하는 (현산) 인수단 앞으로 요청 시 성실히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아시아나 M&A가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거래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저희 나름대로 대비책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현산이) 인수를 포기한다면 시장 상황을 감안해 (대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은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산은
대한항공 연내 8000억원 추가 지원…“자산매각, 두산그룹 자율로”
대한항공에 대해선 기존에 지원한 1조2000억원 외 연내 8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봤다. 최 부행장은 “산은 추론과 대한항공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이르면 7월 초라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해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이 두산그룹에 신속한 자산매각을 강요한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최 부행장은 “(매각) 기한을 정해 놓으면 쫓기게 되고, 적정가격 이하로 매각될 수 있다”며 “두산그룹 자산 매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데드라인은 9월 말로, 일본과 중국은 연내 완결한다는 계획”이라면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대우조선 인수조건에 대한 재조정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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