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철강가격 좌우한다? 중국발 재고 VS 인프라 투자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6.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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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고로 조업 / 사진제공=없음포스코 고로 조업 / 사진제공=없음


철강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이어 철강 가격 인하 가능성에도 직면해 있다. 중국의 철강 생산과 재고량이 늘면서 원자재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반면 판매가는 더 떨어질 위기에 처해서다. 그러나 중국이 하반기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철강업계는 또다시 중국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근·선재·열연·냉연·후판 등 5대 품목을 합친 중국산 철강재 재고량은 지난 4일 기준 1531만3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한 수치다. 앞으로 이 재고량이 지난해 수준 아래로 낮아지지 않는다면 철강 가격은 재고 증가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재고량이 전년대비 계속 늘고 있고, 이런 추세는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이 재고 감축을 위해 낮은 가격에 재고를 수출하면 한국 철강업체들이 또 다시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달 초만해도 톤당 84달러 수준이던 철광석은 현재 100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중국의 철강 공장이 일제히 재가동에 들어가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전 세계 철강 수요가 급감했는데도 중국 철강업계는 오히려 가동률을 높이는 실정이다. 실제 5월 말 기준 중국 246개 제철소의 가동률은 91% 수준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철강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중국산 재고가 늘어날 수 있어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며 “국내 철강업체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는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발 재고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이미 설비 가동시점을 조정하거나 중단했다. 포스코는 지난 16일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일부 공정 설비를 멈췄다. 지난달 개보수를 완료한 광양 3고로 가동 시점도 더 늦췄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유급 휴업도 도입했다. 현대제철도 지난 1일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은 중국산 H형강 반덤핑규제를 연장해달라고 무역위원회에 신청해둔 상태다.


이런데도 철강업계는 여전히 중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2년간 인프라투자를 12~15% 늘릴 수 있어서다. 이 중 철강 수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구형 인프라투자는 70~80%를 차지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다. 건설용 철강 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경우 한국 철강업체에도 호재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수용 열연 가격은 앞으로 반등할 것으로 본다”며 “중국의 인프라 투자 이행률을 지켜봐야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인프라 투자 집행으로 중국산 철강 재고가 급격히 소진될 경우 한국 철강 시황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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