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민영화' 험로 걷는 우리금융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06.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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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사진=뉴스1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사진=뉴스1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완전민영화 논의를 조만간 재개하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1만원 밑으로 떨어진 우리금융 주가가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에다 금융감독원의 자사주 매입, 배당 자제 권고 등으로 주가 부양도 어려워졌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22일 회의를 열어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과 관련한 일정을 논의한다. 예보는 우리금융 주식 1억2460만4797주(지분율 17.2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초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2~3차례 나눠 우리금융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하려 했다. 이 같은 로드맵은 지난해 6월 마련됐다. 그러나 당시 1만3950원이던 우리금융 주가가 올해 들어 1만원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원금 기준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주가가 최소 1만2350원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이날 92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논의 재개를 두고 완전민영화 작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금융권 분위기를 모아보면 일정을 미루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예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상반기가 일주일 남았다”며 “결국 하반기에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로드맵이 나오고 1년이 지났으니 함께 상황을 짚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게 먼저”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회의를 열어봐야 알겠지만 22일에 구체적으로 매각 방안을 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언급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계획은 상반기에 (매각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었으나 주가가 워낙 떨어져 고민”이라며 “22일 회의에서 방향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민영화가 숙원인 우리금융은 회장부터 직원이 모두 나서 주가 부양을 위해 힘썼으나 뚜렷한 성과는 보지 못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1만5000주를 사들였다. 매입가는 1억4299만원 상당이다. 우리금융 임직원 1만3000명가량은 매월 월급의 일부를 자사주 매입에 쓴다.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매월 15만원 한도로 지원도 한다.

코로나19에 발이 묶여 주가 부양과 관련한 묘수도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분간 IR(기업설명회)이 쉽지가 않아 잇달아 컨퍼런스콜을 열고 증권사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발 불확실성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변수다.

금감원이 자사주 매입, 배당 자제를 권고한 것도 완전민영화 작업과 어긋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하라는 취지에서 금융권에 이 같이 권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주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황에서 우리금융 혼자 주가 부양을 할 수는 없다”며 “금융지주가 좀 더 자율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금융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7일 기준 0.31배에 머물러 있다. 신한금융지주 0.38배, KB금융지주 0.36배로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의 PBR은 전체 업종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 연구위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할 때 국내 은행들의 PBR이 낮은건 경영지표상의 차이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규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방법으로 PBR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는 현 시점에서 마냥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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