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은 넘치는데…코로나19에 가로막힌 M&A 시장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6.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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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솔루스 곽근만 CFO(왼쪽에서 두번째), 두산솔루스 김종우 헝가리법인장(왼쪽에서 세번째)이 헝가리투자청 Adrienn Olah Kantol 인센티브 부서장(왼쪽에서 네번째) 및 관계자들과 인센티브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두산솔루스 곽근만 CFO(왼쪽에서 두번째), 두산솔루스 김종우 헝가리법인장(왼쪽에서 세번째)이 헝가리투자청 Adrienn Olah Kantol 인센티브 부서장(왼쪽에서 네번째) 및 관계자들과 인센티브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두산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이 수두룩하다. 두산 등 주요 그룹사의 구조조정과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반면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정작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과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M&A 시장 참여자는 대규모 자금 집행 결정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라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밸류에이션 눈높이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매물로 등장…신세계·CJ 그룹도 꾸준한 비주력 사업 매각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 그룹은 일부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 작업이 진척되지 않으면서 핵심 자산으로 분류한 두산인프라코어 (7,640원 ▲50 +0.66%) 매각 카드까지 받아들였다. 두산 그룹이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자구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채권단 요구에 따른 행보로 추정된다.

두산 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카드는 그만큼 두산솔루스 (18,240원 ▲320 +1.79%), 모트롤BG 등 다른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두산 그룹이 내놓은 일부 매물의 경우 사업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지만, 결국 가격 차이에 대한 이견에 따라 거래 성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했던 국내 주식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매도차 측에선 현재 시장 가격 수준에 맞춘 밸류에이션을 요구하는 반면, 매수자 측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지금 매수자는 급할 게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비싸다고 생각하는 가격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뿐 아니라 다른 그룹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CJ, 신세계 등 주요 그룹사의 경우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일부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대기업의 경영 기조가 무리한 확장보다 핵심 사업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 의지는 비교적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경우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한 리스크 관리 및 유동성 확보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위기감이 고조된 지금이 기업 입장에서 정부와 노조(노동조합)의 눈치를 비교적 덜 보면서 비주력 사업 매각을 시도할 수 있는 적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토마호크 스테이크.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토마호크 스테이크.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사모펀드 보유 기업도 잇따라 매물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발목
사모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도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 IMM PE(프라이빗에쿼티)의 할리스커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아웃백 한국법인 등이 이미 매각 작업이 추진됐거나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외 잠재적 매물로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M&A 시장에서 인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기업이나 사모펀드는 경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확신이 들지 않는 매물에 대해선 공격적인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최근 M&A 시장에 매물은 많지만 사모펀드도 거시경제 변수를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며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에 대해 마이너스 전망이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집행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기업이나 펀드가 국내 기업에 대한 실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변수다. 국내 기업이나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해외자본이 M&A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실사 환경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국내에선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기 쉽지 않더라도 해외에선 얼마든지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인데,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코로나19로 국내 기업 실사에 애를 먹을 경우 매각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장 앞으로 코로나19로 산업 지형이나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최근 거래가 성사된 폐기물 업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매물 외에는 M&A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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